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동은아파트. 지난 2월 건축물 안전등급 최하위인 E등급을 받은 뒤 넉 달 동안 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인근 신축 공사 여파에 따른 지반 침하로 기울어진 서울의 7층짜리 한 아파트가 넉 달째 방치돼 주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에 안전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아파트가 수개월째 보강 공사에 손도 대지 못한 것일까.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동은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인근 명성교회의 교육관 신축공사로 지반이 내려 앉으면서 아파트가 공사장 쪽으로 0.57도(20.1cm) 기울어졌다.

이 아파트는 올해 2월 정밀안전진단 결과 건축물 안전등급(A~E) 중 재난위험시설에 해당하는 E등급을 받았다. 강동구는 입주자드에게 대피명령을 내렸고, 11가구 42명은 SH공사의 임대주택이나 교회가 제공하는 임시 거처 등으로 흩어져 대피했다.

강동구에 따르면 2월부터 최근까지 수직·수평계측기로 아파트 전체를 매일 측정한 결과, 건물에 눈에 띄는 변형이나 기울어짐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 교육관 시공업체 측은 한 달여간 그라우트제라는 특수물질을 지반에 투입하는 디록(D-ROG) 공법의 보수공사를 진행하면 아파트를 원래대로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거주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네 달이 지나도록 이 아파트에 대한 보강 공사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보상을 둘러싸고 아파트 주민들과 건축주인 교회 측이 이견을 보여 주민들이 보강 공사에 필요한 동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기울어진 아파트가 다시 세워진 만큼 안전은 장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번 기울어진 아파트인 만큼 매매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교회 측이 가구당 최대 4억원(전용면적 84㎡)을 주고 11가구 전체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회 측은 가구당 최대 3억6000만원이 한도라는 입장이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말 기준 전용 84㎡의 시세가 3억7000만~3억8000만원 수준이다.

주민들과 교회 측의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결국 양 측은 7일 감정평가기관 세 곳에 의뢰해 아파트 가격에 대한 감정을 받은 뒤 그 결과를 놓고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 진척이 없을 경우 주민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종희 동은아파트 주민 대표는 “멀쩡한 집을 못 쓰게 만든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행정 소송을 바로 제기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여름 장마철에 접어들면 아파트 주변 토사가 유실될 가능성이 있어 추가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동구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건물을 보수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양 측 협상 타결로 건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도 “구청도 빠른 시일 안에 주민 동의를 얻어낼 수 있도록 양측을 설득·중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