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객관화할 수 없는 효과가 더 크다
한계 드러낸 WTO 체제보다 지역경제통합이 중요
신흥국 FTA 앞둔 한국에 ISD 조항 필요하다
학문은 현실 경제의 답을 찾기 위한 도구

지난 6월 1일 오후 3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 부장이 손을 맞잡았다. 2012년 5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된 지 3년 만에 정식서명에 이르렀다. 양국 통상장관을 향한 한중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같은 시각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역무역협정팀장(41)은 금강변에 위치한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수많은 자료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알아주는 기자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었다. 김 팀장뿐 아니라 한중 FTA 연구를 맡은 많은 연구원들이 묵묵히 또 다른 통상 현안을 연구하고 있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 통상정책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그 중에서도 김 팀장이 맡은 지역무역협정팀은 FTA와 관련된 업무를 도맡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은 양자 FTA뿐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자간 FTA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팀장의 업무도 덩달아 늘어났다.

93학번인 김 팀장은 한양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 "한중 FTA 개방수준 낮지만 최선의 선택한 것"

- 한중 FTA 정식서명까지 끝났다. 개방수준이 낮아 국내 기업들에 실질적인 혜택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중 FTA 개방 수준이 낮다는 평가는 맞다고 본다. 우리가 체결한 다른 FTA 수준이나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자유화율, 개방수준에 비춰보면 다소 낮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렇게 볼 수도 있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개방을 했을 때 우려되는 부작용이나 예상치 못한 효과도 클 수 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 개방 스케줄을 일반적인 FTA보다 길게 가져가는 게 절충안이 될 수 있다."

- 관세 인하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게 오히려 한국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관세 철폐가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되게 한 것은 우리로서도 우려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FTA는 10년내 90% 이상 철폐를 원칙으로 삼고 협상을 진행했는데 한중 FTA는 이보다 장기적인 스케줄로 관세 철폐가 이뤄진다. 아무래도 관세 철폐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FTA에서는 관세보다도 비관세장벽 해소, 서비스 시장 개방, 투자활성화처럼 눈에 잘 안 보이는 부분들이 더 크다. 이런 부분들이 관세철폐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정부에서 한중 FTA 발효되면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96% 추가성장한다고 했는데 이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인가.

"관세철폐를 제외한 다른 효과들은 객관화하기가 어렵다. 영향평가라는 것은 이 시점에서 FTA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을 해보는 건데 당연히 예측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오차가 커지면 정책결정에서 유용한 정보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영향평가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GDP 0.96% 추가성장이라는 전망은 과소추정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 발효한 FTA를 예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한-칠레 FTA 같은 경우에는 FTA 체결 이후에 새롭게 교역을 시작한 품목들이 생겼다. 이런 부분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 사후적으로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 FTA도 자동차 관세철폐 일정이 늦어졌는데도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많이 늘었다.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FTA 효과가 있었다. 관세 이외에 다른 효과들이 영향을 준 것이다."

-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커지면 앞으로 한중 FTA가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이야기하려면 한중 FTA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중국산 농산물은 FTA 체결 전부터 수입이 늘어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제조업과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한중 FTA가 이런 상황을 가속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FTA가 없었어도 우리가 직면했을 현실이다. 오히려 FTA를 계기로 해서 국내 산업에 대한 과도한 보호 문제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국내시장에 안주하고 있는 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외부의 환경 변화에 맞춰서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한중 FTA가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가속화할 수 있겠지만, 관세철폐 스케줄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전장치는 있다. 한중 FTA는 우리로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본다."

◆ WTO 체제는 한계 드러내...지역통합작업에 목소리내야

- 한중FTA를 끝으로 중요한 양자FTA는 거의 다 체결한 것 같다. 이제 TPP 같은 다자간 FTA에 집중할 시점인가.

"국제생산 네트워크는 여러 나라에 걸쳐 있기 때문에 양자FTA로는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하기가 어렵다. 지역경제통합은 이런 한계를 보완해준다. TPP는 미국, 일본, 호주 같은 선진 경제권이 주도하고 있는데 12개국가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양자FTA와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 사실 그동안 글로벌 통상 질서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만든 틀 안에서 논의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WTO가 출범한 지도 오래됐고 새로운 무역 이슈들도 계속 나오면서 WTO가 이런 이슈들을 다루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지역통합작업에 들어가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 TPP는 사실상 한일 FTA의 시작점 아닌가.

"TPP에 참여한 12개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하지 않은 곳은 멕시코, 일본 2곳뿐이다. 결국 우리가 TPP를 통해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는 일본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우리가 일본과의 교역에서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큰 상황이다. 또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도도 높다. 한일 FTA가 되면 수입만 늘고 무역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이런 우려 때문에 우리가 부품소재 산업에서 보호주의를 견지해왔다. 그런데 얼마나 더 보호를 해줘야 자생력을 갖춘다는 걸까? 건전한 경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일본의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고 따라가면서 함께 성장할 필요도 있다."

- TPP가 미국 중심이라면 아시아가 주도하는 RCEP 협상도 함께 진행 중이다. RCEP 협상 전망은.

"RCEP은 처음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2015년까지는 끝낸다고 하는 회칙을 만들었다. 마지막 협상도 한국에서 한다고 정해놨다. 다만 지금 우려하는 것은 당초 목표가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하자는 건데,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여기다 개방수준까지 정해놓으면 둘다 충족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개방수준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빨리 타결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개방수준을 높이기 위해 협상시한을 늦출 수도 있다. 지금 일정대로 한다면 당초 기대만큼 높은 수준의 FTA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 RCEP도 TPP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포함돼 있다.

"일본과 우리가 지금 양자 FTA를 체결하면 높은 수준으로 개방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RCEP은 아주 높은 수준의 FTA가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한일 양국은 RCEP을 통해 적절한 수준에서 시장을 개방해보고 추후에 유익하다고 판단이 서면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양국이 따로 논의해볼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RCEP이 한일 양국에게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RCEP이 한국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

"RCEP 협상에는 아세안 10개국에 한중일 3개국, 호주, 인도, 뉴질랜드가 참여하고 있다. 이 중에 일본을 빼면 우리와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들이다. RCEP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일단 중국, 인도, 아세안은 우리에게 미래의 중요한 시장이다. 이런 경제권과의 FTA를 업그레이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RCEP에 참여한 아세안 지역은 국가들마다 경제발전과 개방수준이 판이하게 다르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섞여 있기 때문에 통상규범도 모두 다른데 RCEP을 통해 하나의 적합한 통상규범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 내의 경제 교류가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세안은 우리가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지역인데 국제분업구조가 형성되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아세안 지역에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일본과 경쟁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기대보다는 효과가 적을 수도 있다."

- 앞서 이야기한 TPP와 RCEP도 그렇고 한국이 미국 주도 경제권과 중국 주도 경제권에 모두 발을 담그고 있다.

"한국이 어느 한쪽을 더 지지하고 다른 쪽과 거리를 두는 전략은 생각하기 어렵다. 등거리외교라고 해서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왔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우리 입장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방법도 썼다. 어느 한쪽을 명확하게 버리기는 어렵다. 통상, 금융이라든지 대외정책에 있어서 두가지 방향이 서로 양립이 가능하다고 하면 두가지 논의에 다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각각의 논의에 참여할 때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으니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우리가 TPP에 관심을 기울일때 이미 한중 FTA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 그때 중국에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의 전략이나 입장을 미국, 중국에 잘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 ISD 조항 불편하지만 한국에겐 필요

- 론스타 소송을 계기로 ISD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ISD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ISD는 투자자 개인이 당초 기대했던 기대 이익을 실현 못하면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규정이다. 불편한 구석은 있다. 하지만 법이나 제도가 안정돼 있지 않은 국가와 FTA를 체결할 때 그 국가에 투자하는 우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법적인 안정성이 있는 국가들끼리는 문제 없다. ISD와 관련된 과거 사례들을 보면 국가가 매우 과도할 정도의 개입을 했거나 부당한 처사를 통해 투자자 이익을 침해했을 경우에만 (국가가) 패소했다. 우리나라는 극단적인 정책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ISD 조항 자체가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 앞으로 우리나라가 ISD를 활용할 수도 있나.

"그동안 우리는 주로 거대 경제권과 FTA를 했다. 이제 남은 국가는 신흥국, 자원부국들이다. 이들 시장에는 우리나라가 투자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들 국가는 법이나 제도가 안정적이지 못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우리 투자자 보호를 위해 ISD 조항이 필요하다.
또 우리가 그동안 모든 FTA에 ISD 조항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신흥국과의 FTA에서도 ISD 조항을 넣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상대국에 따라서 ISD 조항을 넣었다 뺐다 했으면 신흥국들에게 ISD 조항을 넣자고 설득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통상정책상 일관되게 ISD 조항을 넣었다고 하면 신흥국과의 FTA 협상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부가 통상 기능을 맡게 되면서 FTA를 통한 경제협력 기능이 커졌다. 신흥국에 기술이나 노하우를 전수해주면서 우리 기업이 투자하는 길이 넓어졌는데, ISD 조항이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 ISD 논란도 그렇고 FTA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많다. 왜 한국에게 FTA가 필요한가.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좋은 판단 근거는 추진했을 때의 기대이익과 비용을 비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방도가 굉장히 넓고 교역상대국도 많다. 그동안 FTA를 계속 추진해왔지만 교역 상대국 가운데 FTA를 체결한 국가 비중이 70%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20% 이상의 수출은 FTA가 없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또 자원 문제가 있다. 우리는 자원을 해외에서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원 확보가 중요하다. FTA는 이런 부분을 원활하게 논의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 FTA로 인한 비용 문제는.

"비용에 대해 약간의 이견이 있다. 우리가 굉장히 많은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이미 시장이 충분히 개방돼 있어서 추가로 개방을 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로 지금쯤 잠깐 쉬어가면서 FTA로 인한 영향을 따져보고 관망하자는 사람들도 있다.

막연하게 계속 FTA를 맺다보니 농업이 죽어간다고 하는 논리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농업도 그렇고 부품 소재업도 마찬가지다. 일본 제품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했지만, 여전히 자생적인 경쟁력은 없다. 건전한 경쟁이 오히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FTA는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신흥국들과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학문은 현실 문제의 답을 찾는 도구

-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가 누구였나.

"제프리 울드리지(Jeffrey wooldridge) 교수였다. 계량경제학자는 현실경제에 적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류와 이론에 집중하는 부류로 나뉜다. 울드리지 교수는 전자였다. 계량기법 그 자체보다도 계량기법이 현실을 설명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에 관심을 가졌다. 방법론적인 한계를 극복해서 현실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위논문 주제를 받을 때도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찾아보라는 주문을 받았다."

- 어떤 논문이었나.

"박사 논문에서는 교육, 노동 관련된 이슈를 다뤘다. 당시 미시간주에서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방식 변경이 이슈였다. 예전에는 부유한 지역에서 돈을 거둬서 그 지역에만 쓰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걸 주정부가 모든 지역에서 돈을 거둔 뒤에 지역별로 공평하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논문에서는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방식 변화가 학생들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패널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이걸 미시간주의 교육 재정지출에 적용해본 것이다. 또 출산율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다뤘다."

- 계량경제학을 전공하고도 통상분야의 국책연구기관을 선택한 이유 역시 현실경제에 대한 관심 때문인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정책연구라는 것이 대상이 바뀔뿐 분석 방법론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여러 대상에 적용해보면서 정책당국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런데 가끔씩 기존의 방법으로는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그럴때 기존의 방법론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게 되는데, 계량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많은 도움이 된다. 현실 문제의 답을 찾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계량경제학이라는 것 자체가 그 자체로 학문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도 하지만, 결국 실질적인 경제현상을 설명할 수 있느냐, 더 잘 설명하기 위한 모형이 무엇이냐가 관심사였다."

- 한국에서 석사학위 논문 주제도 흥미로웠다.

"전공은 계량경제학이지만 당시 관심이 지하경제였다. 지하경제 규모를 추정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이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절반이다. 봉급생활자는 유리 생활자다. 2000년대초만 해도 현금으로 돈을 내면 세원이 과소평가되는 문제가 있었다. 미국처럼 조세정의가 확고하게 서 있던 시기도 아니었다. 당시 통계청이 가구소득통계를 발표했는데 거기 보면 가구주가 자영업을 하는지가 나온다. 그러면 소득에 비해 소비가 과다하게 많은 가구도 알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투명하게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비에 비해 소득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이를 역산해봤다. 그 결과 당시 소득이 25~50% 정도 과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 통상 분야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2009년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들어온 뒤부터 국제 무역 이슈에 계량경제학 이론을 접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경제학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고, 국제경제학 쪽에는 계량경제학자들이 발굴해야 되는 이슈들이 많이 남은 상태였다. 학문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 이론이 먼저 앞서 나가고, 그 다음에 계량경제학이 따라간다. 이론은 데이터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하지만, 계량경제학은 데이터를 모아야 설명할 수 있다. 국제경제학은 이론적인 발전이 상당히 이뤄졌고 이견도 많이 줄었다. 반면에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론 자체는 아직 발전이 더딘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