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성이(사진,52) 고문이 이노션을 통해 회사 경영에 참가한 지 10년이 됐다. 10년동안 이노션은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광고취급액은 3조5988억원으로 시장점유율 26%를 기록, 삼성그룹의 제일기획(030000)에 이어 업계 2위에 올랐다. 국내매출 기준 제일기획의 그룹 내부 물량이 70%에 달하는 것과 달리, 이노션의 그룹 물량은 50% 안팎으로 훨씬 양호한 편이다.

정성이 고문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영자다. 회사 창립(2005년) 초기에는 CEO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경영에는 직접 참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거의 매일 회사에 출근하고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등 차츰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 전문가가 아니라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대신 전문가 의견을 잘 수용하는 편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오너 일가다 보니 거액이 투자되는 큰 프로젝트도 과감히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직원들이 반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 직원들과 친밀감 과시…"정성이 있으면 다 된다"

주위에서는 정 고문이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큰 방향을 설정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업무를 이끌고 나아가기 보단 뒤에서 지원해 주는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고문이 "제일기획을 넘어서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할 때면 영락없는 오너형 경영자다.

정 고문은 누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하나하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직원들에게 많은 애착을 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영 초기에는 친분 있는 직원 결혼식에 남편인 선두훈(57) 대전선병원 이사장과 함께 참석했는데, 얼굴만 비추고 갈 줄 알았던 두 사람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 회사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는 일화도 들린다.

사내 인테리어도 꼼꼼히 챙기는 것은 물론, 본인이 주부이다 보니 여직원들의 출산과 육아 등 복지에도 공을 들인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 연말 사내행사에서는 직원 요청으로 영상에 직접 내레이션을 맡아주기도 했다. 직원들은 '정성이 있으면 다 된다'는 언어유희로 정 고문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기도 한다.

◆ 이노션 상장, 정씨 남매 2000억원 확보…두둑해진 승계실탄

오는 7월 17일 이노션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시가총액이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해 회사 주식의 40%를 보유한 최대주주 정성이 고문에게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일. 현재 이노션은 정 고문 외에 정의선(44) 현대차 부회장이 10%, 재단법인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10%를 보유하는 등, 오너 일가가 과반수의 우호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른 주요 주주로는 외국계인 모간스탠리 사모펀드가 2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노션은 상장을 통해 500만1000주의 주식을 공모할 예정이다. 공모 주식 중 오너 일가가 구주 300만1000주를 매각한다. 정 고문이 160만1000주, 정 부회장이 140만주를 내놓게 되는데, 이 경우 두 사람은 각각 1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쥔다.

이 자금은 후계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손사래를 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현금확보가 결국은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몽구(77)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난 3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를 매각해 1조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201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정성이 고문(맨 앞 오른쪽)이 차량 시스템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그룹 의존 줄여야

이번 상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되는 효과도 있다. 정씨 남매가 이노션 상장으로 주식을 넘기면서 이노션의 정 고문 지분은 27.995%, 정 부회장 지분은 2%로 떨어진다. 특수관계인 지분은 29.95%로 30%를 밑돌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상장 계열사 지분 30% 또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 20%를 보유한 상태에서 200억원 이상의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매출액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노션 상장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이유다.

실제로 이노션은 설립 초기 일감을 거의 현대차그룹에 의존했다. 지금은 설립 초기보다 의존도를 많이 줄였지만, 현대차 덕분에 먹고 사는 것 아니냐는 꼬리표는 여전하다. 이노션의 매출 절반 이상은 아직 계열사에서 나온다. 이노션의 내부겨래율은 2011년 49.6%, 2012년 53.9%, 2013년 44.3%, 2014년 5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