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의 숙원 사업인 강남 사옥 신축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주처인 금양흥업에 계속해 증자를 하며 자금지원을 하지만 사옥 신축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올 1월 강남 사옥 신축을 위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자회사인 금양흥업에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남양유업은 금양흥업에 2013년에도 100억원, 2012년 6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금양흥업은 부동산임대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남양유업 사옥 발주처다.
남양유업 신축 사옥은 지하 4층과 지상 16층, 연면적 1만5293㎡규모다. 내년에 완공해 본사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남양유업이 2012년부터 계열사인 금양흥업에 3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사옥 신축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실적 악화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부터 사옥 신축을 진행했으나 계속해서 중단을 반복해왔다.
남양유업은 2013년 갑을 논란을 촉발시킨 밀어내기 파문이 일면서 사옥 건립을 보류하기도 했다. 당시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도 실적 악화로 인해 사옥 건설이 중단됐었다. 남양유업은 2014년 영업손실이 27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1517억600만원으로 6.4% 줄었다.
저출산 등으로 분유시장이 축소된 영향이 크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와 욕설우유 파문으로 촉발된, 남양유업 제품을 사지말자는 소비자 불매운동의 여파 때문이다.
오너 리스크도 문제다. 홍원식 회장은 올해 2월 73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웅 전 남양유업 대표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무리한 사옥 신축이 회사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남양유업은 2013년 커피믹스 시장에 신규 진출하며 공장 건설을 위해 유보금 2000억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금양흥업 지분을 남양유업이 100% 보유하고 있어 오너 일가 밀어주기는 아니다"며 "다만 회사가 적자 상태에서 자회사 유상증자를 통해 사옥 신축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 2249억원이던 남양유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2년 1376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또 2013년에는 615억원, 2014년 586억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사모펀드에 투자한 자금도 2013년 960억원에서 현재 480억원으로 급감한 상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사옥 건립을 위해 자회사에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은 맞다"며 "사옥 신축이 늦어지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