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와 시중은행 등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개발사업에 참여한 건설회사들이 SH공사를 상대로 낸 1000억원대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했다. 건설사들은 사업 무산에 대한 책임도 인정돼 별도의 수백억원대 사업 보증금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8부(김연하 부장판사)는 현대건설-롯데건설-GS건설-건설공제조합-국민은행-하나은행-한국산업은행이 SH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SH공사는 지난 2008년 서울시 은평구 구파발역 인근 부지 5만425㎡을 개발하는 은평뉴타운 복합개발사업을 시작했다. 현대건설 등이 주축이 돼 설립한 컨소시엄은 금융투자업체인 알파로스PFV(Project Financing Vehicle)를 세운 뒤 이 사업에 참여했다.
알파로스는 2009년 3월 SH공사와 해당 부지 매매 계약을 맺고 사업 진행을 시도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끝내 무산됐다. 알파로스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SH공사와 수차례 변경된 협약을 체결했다. 알파로스가 담보로 마련한 투자금 변제에 실패하자 SH공사는 약정에 따라 대신 돈을 갚아주고 2013년 7월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SH공사와 사업에 참여한 회사들은 사업 무산 책임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소송전을 벌였다. SH공사는 같은해 9월 현대건설 등을 상대로 "사업 무산에 따른 비용 50억원을 정산해달라"고 소송을 낸데 이어 11월 사업 보증인 격인 건설공제조합에 협약이행 보증금 661억원 청구소송도 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책임이 있는 측이 661억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자 현대건설 등은 한달 뒤 SH공사를 상대로 "사업이 수포로 돌아간 이유는 SH공사 탓"이라며 출자금, 공모비용, 협약이행보증금 등 1059억여원 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업 무산 책임이 투자자 측에 있다며 SH공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은 공사 진행이 법률적으로 가능해진 뒤에도 착공하지 않았고, 추가 출자를 하지 못하는 등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며 현대건설 등이 낸 1059억여원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SH공사는 사업 조건을 변경해달라는 투자자들의 요청도 거듭 들어줬다"며 "SH공사가 사업 성공을 위해 협력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SH공사가 돌려달라고 한 사업비용 정산금 50억원 부분은 SH공사 주장대로 받아들였다.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낸 협약이행보증금 661억원에 대해서는 청구금액의 40%인 264억4000만원을 인용했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다른 투자자와 합의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현대건설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항소 여부에 관해 신중히 결정할 뜻을 밝혔다.
개발이 무산됐던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개발 부지는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SH공사는 부지를 3개 블록으로 나눈 뒤 2013년 12월 롯데자산개발, 2014년 4월 GS건설에 각각 1개 블록을 매각했다. 롯데자산개발은 매입한 부지를 대형마트, 영화관 등이 들어서는 복합상업시설로 개발 중이다. GS건설은 세부개발계획이 수립되는대로 건축허가승인을 얻어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