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글로벌 조선업 불황 속에서 선전(善戰)한 것이지만 중국 조선업의 추락에 따른 반사이익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한국 조선소들의 주력 분야였던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 플랜트에서는 수주 물량이 전무(全無)해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受注 부진 탓에 한국 '漁夫之利'

영국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CGT(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표준환산톤수) 기준으로 지난달 82만CGT(점유율 49.5%)의 주문을 따내 세계 1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일본에 1위를 내준 1월을 제외하고, 2~5월 4개월 연속 1위 성과이다. 일본과 중국이 각각 40만CGT와 32만CGT로 2·3위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현대중공업은 1일 노르웨이 선사로부터 LNG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1척 건조 계약을 따냈다. 대우조선해양은 2일 덴마크 머스크라인에서 1만963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18억달러에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번 주 중에 미국 선사와 유조선 건조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수주 실적에서도 세계 1위다. 이 기간 세계 수주량은 작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감소폭은 25%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은 올 들어 수주량이 80% 이상 급감하는 바람에 3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지난달 수주량(9척, 22만CGT)은 2009년 5월(5척, 6만CGT) 이후 가장 적었다.

한국의 중국 추월은 세계적으로 벌크선(건화물 운반선) 발주가 급감한 요인이 크다. 중국은 상선(商船) 수주 물량의 60% 이상이 벌크선일 정도로 벌크선에 특화돼 있다. 그러나 2013년과 지난해 월평균 100여척씩이던 전 세계 벌크선 발주 물량이 올 들어선 10척 미만이다. 반면 한국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VLCC(초대형 유조선), LNG선은 올 들어서도 발주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상선 발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수주량 기준으로 중국과 1위를 다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현재 가동 중인 조선소가 우리는 15개 정도지만 중국은 아직도 100개가 넘는다"며 "세계 조선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중국이 한국을 다시 앞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 집중할 필요"

더욱이 지난해까지 한국 조선업계가 사실상 싹쓸이해온 해양 플랜트 수주가 끊긴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조선업계는 7개월 동안 단 한 건의 해양 플랜트도 수주하지 못했다. 국제 유가 급락세로 세계 주요 석유기업들은 일제히 해양 플랜트 발주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 플랜트가 발주되려면 국제 유가가 최소 배럴당 60~70달러는 돼야 한다"면서 "요즘 상황이라면 드릴십 같은 원유 시추 설비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 플랜트 발주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한국 조선사들이 예전처럼 공격적인 수주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해양 플랜트는 설계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건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사례가 잦아 손해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최근 막대한 손실을 낸 것은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설계 변경과 건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탓이 크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이 한꺼번에 여러 해양 플랜트를 건조하기에는 엔지니어 숫자와 설계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