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서비스 기업 삼성SDS의 서울 잠실 신사옥에선 매일 오후 5시 50분만 되면 '지역사회 배려를 위해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려달라'는 사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그러면 70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지상 30층의 쌍둥이 빌딩에서 일제히 창문의 가림막을 내리는 진풍경이 벌어지죠.
이유는 인근에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 때문입니다. IT 기업의 특성상 야근(夜勤)이 많은데 저녁에도 건물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이웃 주민들에게 '빛 공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죠. 삼성SDS 관계자는 "주민들의 염려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파악해 민원이 들어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블라인드 내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여기에 더해 이 회사는 밤 9시와 10시에 각각 사무실 전등을 일제히 소등(消燈)하는 시스템도 갖췄다고 합니다. 지역 사회와 공생(共生)하기 위해 '사옥 빛'을 감추는 노력을 벌이는 것이죠. 삼성SDS는 이런 일로 문제가 됐던 기업의 사례를 적극 참고했다는 후문입니다.
사옥의 빛 때문에 고생하는 기업의 대표적 사례는 네이버입니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의 사옥 '그린팩토리'는 전면(全面)이 녹색 통유리로 감싸져 있습니다. 겉모습은 첨단 IT 기업의 사옥답게 근사합니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사옥에서 반사된 햇빛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2013년 손해배상 소송을 내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네이버에 "빛 저감(低減) 시설을 설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곧장 항소해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현재 주민들과 수년째 갈등 중인 네이버는 "주민 피해를 줄일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피스 중심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SK텔레콤은 서울 을지로에 빌딩 상부가 꺾인 특이한 모양의 통유리 사옥 'T타워'를 지었다가 인근 기업과 갈등을 겪을 뻔했습니다. 유리에 반사된 햇빛이 건물 맞은편의 외환은행 본사 사옥에 소나기처럼 쏟아진 것이죠. T타워 건설을 담당한 SK건설이 외환은행 건물에 무료로 빛·열 차단 코팅지를 시공해주면서 사태가 무마됐습니다.
이제 대기업 본사가 들어오면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며 주민들이 무작정 좋아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이웃 주민들과 공존(共存)하려면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한 줄기 '빛'마저도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