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추가 양적완화, 일본 해외 투자 확대로 엔저 가속화
"엔저, 우리 수출 기업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
2일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25엔 선을 넘었다.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넘어선 것은 2002년 12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반대로 일본은 하반기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를 늘리며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가 본격화되면서 엔화 약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올해 130엔선을 넘겠지만 100엔당 원화환율은 현재 89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가 수출 부진을 우려해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엔달러 환율, 2017년까지 140엔 돌파" 전망
해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엔달러 환율이 130엔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엔화 약세가 계속 이어져 2016년에는 엔달러 환율이 135엔, 2017년에는 140엔까지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금리 정상화를 앞두고 있지만, 일본 중앙은행(BOJ)은 이와 별개로 자국의 물가 목표 수준이 달성될 때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 등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은 BOJ가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인 9월이나 BOJ가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10월 전후로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며 엔화 약세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투자은행 소시에떼제네랄은 "(엔화 약세로)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불리는 일본 투자자들이 엔화 자산를 은행에 묻어두기보다 달러 자산을 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형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세계 최대 공적연금인 일본 연금적립금관리운용(GPIF)과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하반기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최근 일본 주식시장은 고평가됐다는 진단을 받고 있어 하반기 일본으로 투자되는 해외 자금 유입세는 둔화될 전망"이라며 "이는 엔화 가치를 더 하락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100엔 당 원화 값, 올해 880~92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엔화 약세가 더 가파르게 진행되는 탓에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높아지는 상황이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100엔 당 원화 값)은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1.61원 내린 892.49원을 기록했다. 2008년 2월 28일(880.75원)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900원선 아래로까지 떨어지자 엔저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원엔 환율 하락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이고 있어 국내로 달러가 유입되는 상황은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 우리 외환 당국이 원엔 환율 하락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원엔 환율은 880~92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는 다소 완만해질 수 있지만 엔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일본 기업이 엔저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이들과 경쟁하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