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짜 흑산도 홍어 맞아요?"
2013년 여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유전자감식센터엔 삭힌 홍어 냄새가 진동했다. 경찰이 대대적인 불량 식품 단속에 나서 시중에서 원산지가 국내산으로 표기돼 팔리는 '홍어' 27건에 대해 진짜 국산인지 감식을 의뢰한 것이다. 하지만 국과수의 감식 결과는 27건 모두 '감정 불가'였다. 국산 홍어를 가오리나 외국산 홍어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학자들이 생물종(種) 구별 기준으로 삼는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홍어·가오리 종은 모두 157개인데, DNA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어떤 종이 국산 홍어인지 특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과거 감정 불가 판정을 내려졌던 27건 중 국산 홍어는 2개뿐이란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2년 전 홍어 감식에 참여한 국과수의 황인관 연구사가 국산 홍어 감별법을 개발해 다시 감식해보니 2개만 서해에 서식하는 '참홍어(B.pulchra)'였고, 나머지 25개는 대서양과 남태평양 지역에 서식하는 외국산 홍어와 가오리로 나타났다. '외국산 가오리나 홍어를 국산 홍어로 속여 판다'는 시중의 의심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황 연구사는 '국산 홍어' 감별을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서해에서 잡힌 29개 홍어 표본을 확보했다. 이를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에서 제공한 157개 홍어·가오리종 DNA 자료와 대조해보니 서해에서 잡히는 국산 홍어는 'B.pulchra'라는 학술명을 가진 '참홍어'였다. 이를 확인한 황 연구사는 참홍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참홍어에서만 반응하는 시료 감별법을 개발했다. 이 DNA는 환경에 따른 변이(變異)가 심해 국산 홍어와 외국산 홍어나 가오리가 다른 형태를 띨 수밖에 없어 황 연구사의 시료 감별법으로 국산 홍어를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료 감별법으로 황 연구사가 2년 전 경찰이 압수해 의뢰한 27개 홍어 제품을 다시 꺼내 감식해보니 2개에서만 참홍어에서만 나타나는 반응이 나왔다. 황 연구사가 시료 반응이 나오지 않은 나머지 25개에 대해서도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남태평양과 대서양에 주로 서식하는 '노란코홍어(D.chilensis)'와 '가오리(B.brachyurops)'가 각각 14개, 7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외국산 가오리·홍어의 수입 가격은 국내산 홍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토막을 치거나 살을 발라내는 등 가공 과정을 거친 홍어 제품은 산지(産地) 확인이 거의 불가능하고 국과수의 감식에서도 사실상 구별이 불가능해 국산으로 속이더라도 단속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황 연구사가 개발한 감별법은 반나절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경찰 등에서 단속하면 금세 들통이 나게 돼 일부 악덕 판매업자들이 원산지 표기를 속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황 연구사는 "홍어 식품 사기를 방지하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홍어를 먹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홍어 판별에 관한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과학 수사 학술지인 'FSI(Forensic Science International)' 최신호에 게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