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전 10시쯤 무인항공기 드론(Drone)이 경기도 하남의 한 주상복합 건물 예정지 위로 "윙~"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아파트 15층 높이인 상공 60m까지 치솟은 드론은 360도로 한 바퀴를 돌면서 3만3849㎡ 크기의 땅과 주변 조망을 탐색했다. 가로·세로 각각 40㎝이며 높이가 20㎝인 이 중국제 드론은 중견 건설사인 우미건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각하는 땅의 입지를 살펴보기 위해 띄웠다. 정민욱 우미건설 차장은 "예전에는 주변 높은 건물에 사람이 올라가 사진을 찍어 전경을 확인했지만, 이제는 드론만 띄우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된 드론이 국내 산업계에서 본격 등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드론으로 건물이 들어설 부지를 확인하며, 항만·해운사들은 드론이 보내주는 영상으로 항구의 전체 모습을 파악한다. 택배업계는 드론 배달 방안을 연구 중이다.

재난지역에 구호품 나르고, 위험지역 순찰

건설업계에서는 드론을 공정 정보나 안전 정보를 수집하는 데도 쓰고 있다. 삼성물산은 작년 6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복합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공사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데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부산 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공사 현장에서 드론을 띄워 축구장 10개가 넘는 크기인 7만5766㎡ 부지의 공정을 낱낱이 기록한다. SK건설은 작년 11월 경기도 수원 영통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 드론을 띄워 안전모를 쓰지 않은 사람을 발견하면 무전(無電)으로 주의를 주는 등 안전 관리에 활용했다. 최세영 쌍용건설 팀장은 "드론이 더 발전되면 사람을 투입해 확인하기 어려운 현장에 진입시켜 모니터링을 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전 우미건설 관계자들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각하는 경기도의 한 주상복합 용지에 드론을 띄워 입지와 부지 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드론은 카메라를 달아 생중계를 하거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촬영하기도 한다. 작년 5월 LG유플러스가 강원도의 한 결혼식에 드론 2대를 투입해 결혼식 장면을 생중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택배업계에서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4일 국민안전처와 협약을 맺고 재난지역에 구호품을 운반하는 드론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물류기업으로는 처음이다. 부산항만공사는 두 달에 한 번씩 드론을 띄워 부산항에 무단(無斷) 계류하거나 방치된 선박을 포착한 다음 이를 근거로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능 생기면 활용 급증"

시간이 지날수록 드론의 쓰임새는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약 3만 대의 드론이 팔린 것으로 추정한다. 드론 제작업체인 엑스드론의 진정회 대표는 "현재 드론은 주로 촬영 목적으로 쓰이는 등 활용도가 제한적"이라며 "드론의 약점인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문제가 해결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움직이는 인식 기술이 발전하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전기 및 전기공학)는 "사물인터넷 등을 통해 드론이 일종의 인공지능을 갖게 되면, 인간이 한 번만 명령해도 드론이 알아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시대가 열린다"며 "자율성이 있는 드론으로 할 수 있는 첨단 비즈니스는 수백 가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 도미노피자, 구글 익스프레스 등 외국 기업들은 이런 인공지능형 드론을 이용한 배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보안업체 ADT캡스는 드론이 화재나 외부 침입 등의 이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상황실에 알리는 미래형 보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규정상 드론이 조작자의 가시권에 있어야 해 장거리 배송에 한계가 있고,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제기된다. 심현철 카이스트 교수(항공우주공학)는 "인공지능 제작 기술이 발전하면 드론을 쓰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기술 발전과 함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