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용 심지를 만들던 회사 주가가 창업한 지 40년만에 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에는 에볼라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연일 오르더니, 최근에는 메르스 테마주로 묶였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7000원이 채 안 됐던 주가가 현재 2만원선을 바라보고 있다. 시가총액은 두 달 만에 2000억원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진원생명과학의 얘기다. 메르스 발병 이후 주가가 급등해온 진원생명과학은 최근 6일 중 4일 동안 상한가를 기록했다.
◆ 1970년대 봉제 접착 심지 업체⋯美 바이오 벤처에 인수되고 60배 급등
진원생명과학은 현재 에볼라·메르스 등 주요 전염병의 단골 수혜주로 꼽히는 업체지만, 창업 초기부터 백신 사업을 했던 건 아니다.
1976년 설립 당시 진원생명과학의 사명은 '동염'이었다. 동일방직과 4개 봉제 업체(대우실업·삼도물산·협진양행·원미섬유)가 공동 출자해 세운 회사로, 봉제 제품 부자재 접착 심지를 국산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사명을 동일심지·동일패브릭으로 변경해가며 섬유 업계 내에서 직물 가공·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던 회사는 2000년대 중반 경영권 매각과 함께 주력 업종을 변경하게 된다. 모회사 동일방직이 2005년 한국계 미국인인 종 조셉 김이 설립한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럴제노믹스(현 VGX제약 유한책임회사)에 동일패브릭 경영권을 넘긴 것이다. 당시 동일패브릭은 연간 영업손실이 7억원에 가까운 적자 기업이었다.
주식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005년 5월 말까지만 해도 6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연일 급등하더니 이듬해 2월엔 36만원까지 올랐다. 약 8개월만에 60배가 된 것이다.
◆ 에볼라 확산에 '제2의 전성기' 맞아
직물 기업에서 바이오 업체로 화려하게 변신했지만, 진원생명과학은 아직까지도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진원생명과학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64억원에 달했다. 총 246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매출원가(판매된 상품의 생산원가 또는 구입원가)와 급여로만 각각 118억원, 66억원을 쓰는 등 대규모 비용이 발생해 적자가 불가피했다. 주가 흐름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진원생명과학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여름부터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에볼라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
이런 상황에서 진원생명과학과 관계사 이노비오가 에볼라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로 치고올라갔다. 10월 초 6000원이 채 안 됐던 주가가 열흘만에 1만5000원까지 올랐다. 일부 임원은 고점에서 주식을 팔아 대규모 차익을 내기도 했다.
◆ "아직 뚜렷한 성과 없는 건 유의해야"
에볼라 테마주로 묶이며 이득을 본 지 7개월이 지난 현재, 진원생명과학은 메르스 유행에 또 다시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제 주가는 2만원선에 근접한 상태다.
회사측은 지난달 29일 현저한 시황 변동과 관련,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중요한 공시 사항이 없다"면서도 "다만 지난 26일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메르스 바이러스 예방 DNA 백신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고 답변했다. 메르스 테마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진원생명과학의 최근 주가 급등에 대해 일부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진원생명과학은 바이오 업종으로 전환한 뒤 10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회사의 말만 듣고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건 테마주에 대한 '묻지마' 투자의 전형적인 형태로, 투자자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