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재테크 1순위 부동산. 그 중에도 땅은 ‘묻어 두면 돈이 된다’는 정설 같은 가설이 통할 정도로 믿음직한 투자처로 손꼽힌다. 돈 좀 있다 하는 자산가들도 같은 생각일까? 부동산 전문가와 자산가 30명이 생각하는 토지 투자와 그들의 투자 방법을 살펴봤다.

27일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한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장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10억원 이상 자산가 30명과 함께 강원도 속초시와 양양군 일대를 찾았다.

많고 많은 땅 중에 왜 굳이 속초와 양양일까. 현장으로 가는 동안 궁금증이 발동했다. 하지만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고준석 지점장은 “KTX 개통 등 교통 호재로 강원도 일대에 관광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 속초와 양양 일대로 답사를 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평일 방문이라 현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속초 시내 인근에서는 단독주택 밀집지역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양양군 일대에는 설악산을 뒤로 두고 단독주택이 들어선 곳이 많았다. 양양군 일부 토지는 매각을 위해 나무를 베어두거나 터를 다져 놓은 곳도 있었다.

속초 시내 외에 변두리 지역과 양양군 일부 토지가 가격이 오를 것이라 보고 최근 투자 문의가 늘어나면서 매각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분주해 보였다. 특히 바다 주변에 있는 토지나 설악산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는 개발을 위해 다져진 토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 지점장이 부동산 투자 고객을 대상으로 양양군 현장에서 투자시 유의점을 설명하고 있다.

◆ 속초·양양 관광 수요 기대…“투자문의·은퇴 후 단독주택 필지 문의 증가”

고준석 지점장은 함께 답사 현장을 찾은 부동산 투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현장 투자 강의에 나섰다. 속초시 토지 6필지와 양양군 토지 4필지를 둘러보며 투자에 유리한 조건과 주의점 등을 살폈다.

강원도 속초시와 양양군은 인접 지역이다. 두 지역 모두 서쪽으로는 설악산이 있고 동쪽으로는 바다를 끼고 있어 관광지로서도 인기가 좋은 지역이다. 특히 2017년 서울~강릉 KTX가 개통되면 접근이 수월해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속초시의 P공인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후 투자 문의가 뜸해졌던 곳인데 최근 시장이 살아나면서 단독주택 필지 문의가 늘어났다”며 “은퇴 후 거주할 토지에 대한 문의와 투자를 위한 관광 숙박시설에 대한 문의가 증가한 편”이라고 말했다.

토지 투자는 호재가 작용하기 전에 이뤄지는데 속초와 양양은 2017년 KTX 개통 전에 토지를 매입하는 문의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찾는 토지는 관광객을 위한 펜션과 10층 미만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는 곳이다. 중개업계 관계자들은 은퇴 노부부에게 권할만한 땅으로 설악산 조망이 가능하고 바다 접근이 수월한 단독주택 용지를 추천했다.

이날 투자자들이 둘러본 필지는 양양군에 위치한 4곳이 개별공시지가 기준으로 3000만~6000만원 가량인 곳이었다. 속초시에 속한 토지들은 개별공시지가 기준 3000만~4억원대였다. 대부분 지목이 전(밭), 답(논), 임야(산지·숲) 였는데 이런 토지는 지목이 대지(건물을 지을 수 있는 토지)인 토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개별공시지가가 시세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해도 1억원 가량의 돈으로 토지 투자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수도권 단독주택 용지 매입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 문의가 증가했다고 현지 중개업계는 전했다. 양양군은 속초시와 접해있으면서도 가격이 싼 편이고, 속초시에서는 시 중심가 주변 토지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신한은행 토지 답사에 참여한 한 투자자는 “양양에 있는 저렴한 토지를 매입해 별장처럼 사용할 단독주택을 짓고 이용하다가, 노후가 되면 자녀들에게 물려줄 자산가치가 있는 곳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투기꾼 손 탄 땅은 조심…도로접근성·분묘 등 세부사항 살펴야

이날 고준석 지점장은 투자자들에게 우선 살펴야 할 것은 토지 소유자의 거주지와 필지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활황기 당시 속초와 양양에는 기획부동산이 대거 들어왔다. 기획부동산은 토지를 매입해 가격을 크게 올려 개인 투자자에게 단기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파는 회사들을 일컫는다.

고준석 지점장은 “필지가 바둑판식으로 쪼개져 있다고 하면 과거 기획부동산이 가격을 크게 올려놓은 곳일 수 있다”며 “현지 주민이 아닌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 거주자가 소유한 땅도 가격에 거품이 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원주민이 소유한 땅 중에서 조건이 좋은 토지를 골라야 한다는 의미다.

세부적인 사항도 살펴야 한다. 우선 도로 접근성을 살피는 것이 단독주택과 숙박시설을 짓는 모든 경우에 중요하다. 지방에서는 차량 접근성이 높아야 토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지도상으로 도로에 접해 있더라도 자동차 전용도로면 직접 접근이 어려우므로 현장 확인을 해야 한다. 또 나라에서 만들어 놓은 차단벽이 있는 경우도 쉽게 철거할 수 없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인근에 도로가 있더라도 비포장 도로인 경우 개인이 소유한 땅일 수 있으므로 이 점 역시 현장에서 살펴야 한다.

필지 지목이 논이나 밭, 임야일 경우 지목을 변경해야 한다. 변경 비용은 매입하는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논으로 사용하는 토지는 지목을 대지로 변경하기 위해 흙을 매립해야 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목에 전이나 임야로 등록돼 있어도 논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현장 확인이 필수다.

고준석 지점장은 “투자시 현장을 살펴보고 임야나 전·답인 토지는 분묘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하고 육안으로 확인이 안되면 계약서 상에 발견됐을 때 이장을 매도자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