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 BB이하 투기등급 기업 신용·보증 대출 전결권 폐지
10억 이상 대출 연체시 소명 불충분하면 징계성 인사 조치
우리은행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부실채권(NPL) 비율을 낮추기 위해 투기등급인 BB이하 등급 기업에 대한 지점장의 신용 및 보증 대출 전결권을 폐지했다. 또 10억원 이상 대출이 연체될 경우 부실 대출 소명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지점장을 본사 영업본부 부장으로 발령내 해당 대출금을 회수하도록 하는 등 징계성 인사를 내리기로 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의 지시에 따라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강도높은 연체여신관리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같은 방침은 올해 하반기중 진행될 예정인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을 앞두고 은행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연체여신관리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은 투기등급 기업에 대한 지점장의 신용 및 보증 대출 전결권을 폐지한 것으로 투기등급 기업 대출은 본사의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동안 우리은행 지점장은 지점장 연차에 따라 신용등급 BB 이하 기업에 대해 1억~5억원의 신용 및 보증대출을 집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출 전결권을 정상등급인 BBB등급 이상으로 제한했다. 다만 담보대출의 경우는 종전 처럼 투기등급에 대한 지점장의 전결권을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담보대출은 신용등급과 큰 관련이 없어 그대로 집행할 수 있고, BB등급 이하의 신용 및 보증대출은 부실채권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는 판단 아래 전결권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4년까지 BB등급의 평균부도율은 9.77% 가량이었다. B등급은 11.17%, CCC등급은 20.88%에 달했다. C등급의 평균부도율은 15.98%였다. 채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BB 등급 이하 기업 대출을 본사 승인을 거쳐 집행할 수 있게 한 것은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부실 대출에 대한 지점장의 책임도 강화된다. 우리은행은 20억원 이상의 대출이 1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6개 이상 차주가 총 10억원 이상을 1개월 넘게 연체할 경우 해당 대출을 집행한 지점장을 본사로 소환해 소명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후 의견서 제출 및 토의를 거쳐 소명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지점장을 본사 영업본부 부장으로 발령낸 뒤 대출금을 회수하도록 하는 징계성 인사를 내리기로 했다. 이 대출을 3개월 내에 회수하지 못하면 해당 지점장은 후선업무보직으로 인사조치된다. 후선업무란 카드연체기록 관리, 단순 서류 관리 등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상당히 강도 높은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라며 "그만큼 이광구 행장이 부실채권비율을 낮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은행은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을 거부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부실채권 관리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NPL비율이 1.94% 정도로 떨어지긴 했지만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은 규모의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NPL비율은 0.9~1.6%선이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주가순자산비율(PBR) 0.4배 미만으로 저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가 NPL에 대한 우려 때문이고, 이러한 NPL 문제점을 우리은행 민영화의 최대 걸림돌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 행장에게 우리은행의 가치 상승을 위해 부실채권 관리에 힘써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4800원에 매각해야 한다. 우리은행의 28일 종가는 1만40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