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 가수 유승준씨의 인터뷰가 아프리카TV를 통해 홍콩 현지에서 생중계됐다. 15만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유씨에게 질문을 남겼다. 유씨는 27일 두 번째 인터넷 방송을 진행했다.

지난 19일과 27일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씨가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13년만의 해명 창구로 지상파 TV가 아닌 아프리카TV를 택했다.

유씨가 아프리카TV를 대중 소통구로 선택했다는 점은 다소 뜻밖이라는 평가다.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 출연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해도 이를 대체할 만한 기존 매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통 미디어를 위협할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성장과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참신한 콘텐츠와 자본이 '라이브(live)' 기반의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별풍선의 힘…하루에 350만명 방문

아프리카TV의 아프리카(afreeca)는 '누구나 참여하는 공짜 방송(Any FREE CAsting)'을 의미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일반인들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아프리카TV가 스스로를 '라이브 소셜 미디어'라 부르는 이유다.

아프리카TV는 1994년에 출범한 PC통신회사 나우콤이 2006년에 시작한 동영상 플랫폼이다. 2008년 보안서비스 업체인 윈스테크넷이 나우콤을 인수했다가, 2011년 서수길 현 아프리카TV 사장에게 매각했다. 서 사장은 2011년 말 아프리카TV로 사명을 변경하고 인터넷 생방송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서 사장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SK C&C 기획본부장, 엑토즈 소프트 대표이사,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서 사장은 언론인터뷰 등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대신 2011년부터 매년 연말 '아프리카TV BJ페스티벌'에 등장해 사업 비전을 밝히는 방식으로 대중과 접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페스티벌에서는 서사장은 "우리 모두가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제 아프리카TV는 해외로 뻗어나가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움을, BJ(진행자)들에게는 자부심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는 방송 중 BJ와 시청자간 양방향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가령, 방송을 보던 시청자가 BJ의 채팅창에 메시지를 남기면 BJ가 그걸 읽고 반응하는 식이다. 또 시청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BJ에게 '별풍선'이라는 아이템을 선물하기도 한다.

별풍선은 광고와 더불어 아프리카TV의 주수입원 중 하나다. 별풍선을 선물하려면 사전에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진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프리카TV는 별풍선 아이템 매출이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BJ에 대한 시청자 충성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504억원의 매출액과 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 29% 증가한 수치다.

아프리카TV에서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BJ '김이브'의 방송에는 수십만명의 시청자가 몰린다.

게임 BJ '양띵'과 '대도서관', 보이는 라디오 BJ '김이브' 등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스타 BJ가 배출되면서 아프리카TV를 찾는 방문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월평균 방문자 수는 지난달 기준 780만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7% 늘었다. 일일 최대 방문자 수 350만명, 최대 동시 시청자 수 47만명, 평균 동시 시청자 수 15만명을 각각 기록 중이다.

장동준 아프리카TV 상무는 "지난 19일 유승준씨 인터뷰 방송의 경우 누적 시청자 수가 137만명, 동시 시청자 수가 15만명이었다"고 전했다.

♦ MCN 성장과 맞물려 시장 전망 밝아…아마존도 1조원 투자

방문자가 늘면서 게임, 스포츠 등에 집중됐던 방송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주 이용자가 10~20대인 점을 눈여겨본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아프리카TV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씨스타'와 '케이윌'의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이 아프리카TV에 채널을 만들고 소속 연예인들을 BJ로 출연시키고 있다.

주식, 홈쇼핑, 음악 등과 관련된 방송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법인 한별의 전세준 변호사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법률 서비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 중 시청자들이 선물한 별풍선은 전부 기부한다.

아프리카TV뿐 아니라 다음카카오도 'tv팟'을 통해 실시간 개인방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MBC가 최근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출연 연예인들이 1인 인터넷 방송 대결을 펼치는 공간이 바로 다음카카오 tv팟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트위치TV', 중국 'YYTV' 등이 대표적인 실시간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꼽힌다. 이들은 주로 게임을 생중계한다. 이중 트위치TV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인수됐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을 제치고 트위치TV를 인수하기 위해 약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풀었다. YYTV의 경우 월 방문자 수가 1억명에 이른다.

미국 게임 생중계 방송인 트위치TV의 한 장면. 아마존은 지난해 8월 트위치TV를 약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시장이 실시간 개인방송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MCN은 1인 제작자들과 제휴를 맺고 이들의 콘텐츠 유통과 저작권 관리, 마케팅 활동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MCN은 일종의 연예기획사와 같다. YG나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처럼 MCN 소속 BJ들은 자신의 방송을 아프리카TV나 다음 tv팟, 트위치TV 등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양띵, 김이브 등의 BJ는 '트레저 헌터'라는 MCN 회사에 소속돼 있다. CJ E&M은 이달 초 '다이아TV'라는 MCN 프로젝트를 출범하면서 387개 BJ팀과 파트너 제휴를 맺었다.

한 MCN 업체 관계자는 "연예기획사 소속 아이돌처럼 체계적으로 육성된 BJ가 MCN을 통해 배출된다면 실시간 개인방송 시장의 규모와 경쟁력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볼 수 없던 개성있는 이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