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7일 2100선 초반까지 밀렸다.

지난 4월 14일 2100선을 넘어선 뒤 연일 상승 흐름을 타며 역대 최고치인 2011년 5월 2일의 2228.96을 넘을 기세였지만 최근 주춤하다 ‘옐런쇼크’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며 그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6.00포인트(1.68%) 하락하며 2107.50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 이상 떨어진 것은 올해 5월 초 이후 3주만이다. 삼성전자(005930)와 포스코, 신한금융지주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모두 3% 이상 떨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22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2000억원 이상 매도우위를 보인 것은 지난 1월 29일 이후 약 넉 달만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도 팔았다. 7787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외국인과 비슷한 물량을 쏟아냈다. 기관은 2019억원을 순매도했다.

◆ 옐런쇼크…美 금리인상설에 힘실려 증시 하락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게 일반적이다.

일단 전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았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케이스실러가 집계하는 3월 주택가격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올랐다. 증시 전문가 예상치(4.6% 상승)를 웃돌았다. 4월 신규 주택 판매도 전달보다 6.8% 증가한 51만7000건(연율 기준)을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 49만건보다 높았다.

경지제표가 예상을 웃돌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발언이 한번 더 부각됐다. 옐런 의장은 지난 22일 “올해 중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 뉴욕 3대 증시도 26일(현지시각)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가 오를 것이란 기대에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팔고, 기관도 함께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이슈에 증시가 떨어지고 있다”며 “특정 업종이 내리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코스피지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특히 모간스탠리가 국내 대형주를 중심으로 순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증시 딱히 호재 없어 유난히 하락”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이슈는 크게는 증권시장, 좁게는 선진국시장보단 신흥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날 증시 하락률을 따져보면 아시아 지역에서 유난히 국내 증시만 많이 떨어졌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0.17% 오른 채로 장을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62% 상승 중이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0.25% 오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중국에는 호재로 삼을 만한 재료가 있었기 때문에 금리 상승이라는 글로벌 악재를 비켜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본은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 증시를 끌어올렸다. 이날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123엔을 기록했다(엔화 가치 하락).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탓이다. 덕분에 수출주 중심으로 증시가 올랐다.

중국 증시는 자국 내에서 주식 투자 열기가 달아올라 글로벌 자금 흐름에 덜 민감하다는 점과 파이낸셜스톡익스체인지(FTSE) 신흥국지수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FTSE 선진국 지수에 포함돼 있어 큰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국 증시로 자금이 흘러간다는 점을 아예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학균 팀장은 “대만의 경우엔 중국 증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아 같이 흘러가는 경향이 있어 우리나라가 유독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슈도 하락 요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028260)의 합병 소식도 국내 증시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3% 넘게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코스피지수의 방향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종목 중 하나다.

박소연 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서 가치 산정을 새롭게 하다보니 합병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는 대신 가지고 있던 어떤 주식을 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세가 더해졌을 수 있다”며 “지배구조 이슈가 있는 제일모직, 삼성물산을 사기 위해 외국인과 기관이 다른 주식을 판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주 펀드 같은 경우, 삼성전자를 팔고, 제일모직을 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이날 3% 이상 떨어진 종목은 신한지주(055550), SK이노베이션(096770), LG화학(051910), LG생활과학, 롯데쇼핑(023530)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