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 터너 에어비앤비 공공정책 및 도시 파트너십 총괄 이사

“작년 9월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강남에 있는 집에서 묵었어요. 이번엔 이화여대 근처의 숙소를 골랐습니다. 한 번은 번화가 근처에서 묵었으니, 이번엔 작은 골목을 누비며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에서지요.”

세계 최대 공유경제형 숙박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의 몰리 터너 공공정책 및 도시 파트너십 총괄 이사는 자신도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해 서울 출장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에어비앤비 한국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차림새도 여행객 같았다. 시원하게 파인 소매 블라우스에 큼지막한 노랑 꽃과 푸른 잎사귀 프린트가 선명했다. 그가 내민 명함 앞면엔 산뜻한 빨강색으로 “Hi, I’m Molly”라는 경쾌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숙박 플랫폼 기업이다.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으로 일반 주택의 노는 방과 여행객을 서로 연결해 준다. 2008년 창립한 뒤로 무섭게 성장해 현재 기업 가치는 200억달러(약 22조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 힐튼(219억달러)을 위협할 정도다. 전 세계 190여개국 3만4000여개 도시에 걸쳐 등록 회원 수가 100만명에 달한다.

에어비앤비의 대변인이기도 한 터너 이사는 19~20일에 열린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연사로 한국을 찾았다. 그와 따로 만나 에어비앤비의 이모저모에 대해 물어봤다.

-현재 190여개국 3만4000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도시마다 주거 환경, 숙박 문화가 다를 텐데 어떻게 이해하고 운영하나?

우리의 최대 전략은 ‘현지화’다. 현지 숙소 주인이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갖고 에어비앤비 사업에 동참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나라로 사업을 확장할 때에는 반드시 현지인을 채용한다.

같은 언어를 구사하고 같은 시간대에 있는 직원들이라야 현지 숙소 주인을 교육하고 여행객을 안내하면서 그 나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 이렇게 운영하면 여행자들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저마다 다른 특성을 맛보게 된다. 그런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현재 에어비앤비 영업이 가장 활발한 도시는 어디인가?

프랑스 파리에 등록된 숙소가 가장 많고 영업도 활발하다. 파리는 늘 세계 1위 관광도시니까 놀랄 것도 없다. 파리 사람들은 에어비앤비의 사업모델처럼, 빈 방을 모르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데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들이다.

파리는 에어비앤비가 사업으로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이런 문화가 있었다. 프랑스 정부도 자국 국민의 에어비앤비 숙박업을 명확하게 법제화해서 지원하고 있다. 그런 면은 파리에서 사업이 성장하는 데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최근 쿠바에도 에어비앤비가 진출한 걸로 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로 진출하게 됐다. 사실 쿠바인은 원래부터 방문객에게 빈 공간을 빌려주는 문화에 굉장히 익숙하다. 지금 어려운 점은 국가 전반의 인터넷 보급률이 낮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그동안 인터넷 접근을 통제해왔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로로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등록하거나 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지금 계속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굉장히 많은 변화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추가 확장 계획은?

우리는 미국 정부가 할 수 있다고 하는 모든 국가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미국 정부의 외교 방향에 따라 계속 확장해 나갈 것 같다.

-에어비앤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 숙박 산업 판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자체 평가는?

전 세계적으로 최근 10년 사이 관광 산업이 급성장했다. 기존 호텔은 관광객을 더 수용하지 못하고, 도시마다 호텔을 추가로 짓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기존의 것들과 결합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호텔 영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동안의 영업 결과를 바탕으로 자체 리서치를 진행했다. 관광객들에게 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는지 물어보니 이유가 다양했다. ‘이미 전에 방문했던 도시를 다시 찾았는데 색다른 느낌으로 이용하고 싶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방문했지만 한 집에 머무르고 싶진 않다’고 하는 등 제각각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그냥 친구 집에 머물렀다고 해보자. 그 경우엔 그 도시에 숙박비를 쓰지 않게 된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에어비앤비 이용 고객 수요는 호텔 이용 고객의 수요와는 다르다. 두 고객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도시 경제에 영향을 주는 소비자란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숙박업과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형식의 산업은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 이용 고객은 일반 숙박업체 이용 고객과 어떻게 다른가?

요즘 관광 산업에서는 ‘블레저(bleisure)’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인다.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를 합친 말이다. 사람들의 여행 목적은 ‘비즈니스 출장’ ‘순수 여행’ 가운데 하나로 뚜렷하게 나뉘는 대신 점점 뒤섞이고 있다.

나부터 그렇다. 일단 아시아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즉 일하기 위해 왔다. 그렇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닌다. 관광도 함께 하려 한다.

또 한 가지, 사람들이 업무 출장으로 한 도시를 방문할 때에는 호텔을 이용하곤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 도시를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면, 다음 번에는 도시를 탐방하며 관광을 한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사람들에게 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에 강점이 있다. 형식적인 숙박에서 벗어나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작년 9월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때는 에어비앤비 숙소 가운데 강남에 있는 집을 골랐다. 이번엔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지난 번과는 다른 동네에서 묵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화여대 근처의 숙소를 골랐다. 한 번은 번화가 근처에서 묵었으니, 이번엔 작은 골목을 누비며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보자고 마음 먹었다.

내가 같은 도시를 방문하면서도 매번 색다른 경험을 찾듯, 최근 여행객은 과거보다 한 장소를 깊이 알고, 색다른 면면을 탐험하길 즐기는 경향이 있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이다. 이런 사업 모델은 기존 경제와 충돌하는 면도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이제 더 이상 ‘귀여운 아이디어’라거나 하는 차원의 개념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중요하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자라났다. 내 생각엔 공유경제가 기존 경제 영역을 침범하기보다는, 함께 성장해 나갈 것 같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 호텔은 2012년 리퀴드스페이스(LiquidSpace)와 제휴를 맺었다. 비어 있는 회의 공간을 이 플랫폼을 통해 빌려주는 거다. 자동차 업체도 카셰어링 조합과 제휴해서 활동하는 사례가 많다. 앞으로 기존 산업체와 공유경제 기업이 점점 융합되어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될 거다. 지금은 전통적인 산업 구조 속에서 공유경제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여러 곳에서 탈세 불법 영업 논란도 낳고 있는데?

세금 문제는 늘 민감하고 복잡하다. 세계 도시마다 그 모든 사안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던 게 아니며, 계속해서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더 많은 정부가 단기 임대업을 합법화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호주 등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임대 모델을 합법적으로 인정했다. 미국에서도 여러 주가 합법화했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이를 검토 중인 걸로 안다.

에어비앤비의 기본 방침은 각 나라, 주정부의 법을 명확하게 지키는 선 안에서 영업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미국 연방조사위원회(FTC)가 최근 에어비앤비와 우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FTC의 조사는 에어비앤비로선 긍정적인 영향이 훨씬 많다. FTC는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와 같은 공유경제 모델이 굉장히 좋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기존 규제에 묶여 공유경제 모델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따라서 FTC의 작업은 사실상 에어비앤비에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우버 택시의 경우 한국에서도 논란 끝에 서비스가 중단됐는데?

처음엔 물론 충돌이 있었다. 그렇지만 원래의 목적을 잘못 이해했던 거고, 지금은 잘 해결되고 있다. 우버 택시도 세금 문제를 각국 정부와 잘 협상한 걸로 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영업한다는 걸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소비자에게 좋은 것은 물론 정부가 관리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시와도 공유경제 모델에 대해 적용하는 법을 더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아마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에게도 좋고, 정부가 관리하기에도 편한 모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어비앤비는 스스로 ‘가치 중심 모델(value-driven-model)’이라고 말한다. 무슨 뜻인가?

에어비앤비는 모든 직원들에게 입사할 때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일하는지를 묻는다.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에어비앤비는 현지 거주민들이 자신의 거주지를 기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들은 큰 추가 투자 없이도 갖고 있는 집과 주변 시설을 활용해 경제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에어비앤비의 사업 모델은 대규모 관광 시설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 자금이 돌도록 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이용객은 자신이 머무르는 숙소 주변에서 소비를 많이 한다.

만약 기존 관광업과 같은 방식이라면, 절대로 ‘관광 수익’을 올리지 못했을 곳에서 이런 소비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모델 자체가 관광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도시 구석구석까지 분배하는 효과가 있다.

사회적으로도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수년 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를 강타했을 때, 뉴욕 에어비앤비 회원들은 무료로 자기 집을 재난민들에게 빌려줬다. 우리가 조직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자발적인 봉사가 이뤄졌다.

그 뒤로는 본사 차원에서 재난 구호팀을 별도로 꾸렸고, 전문가를 영입해 필리핀, 호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재해에 대해 도움을 주는 방안을 실행해 왔다.

최근 네팔 지진과 관련해서는 이 지역에 호스트로 등록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 구호 기금을 마련하고 이 지역의 무료 집짓기에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는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뭔가?

공유경제의 기반은 ‘신뢰’에서 출발한다. 에어비앤비는 서비스산업에 속해 있고, 이용자와 주인이 철저하게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한다. 많은 공유경제 회사들이 고객들 사이의 신뢰 관계를 확실하게 다지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걸로 안다. 이 점이 큰 과제다. 내 집을 빌려줬을 때 여행객이 어떻게 사용하고 갈지, 아니면 집 소개가 정말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 알아야 거래가 이뤄진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각 도시에서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피는 전담 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에어비앤비는 안전한 커뮤니티라는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이제는 나의 부모님도 아무 걱정 없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정도가 됐다. 앞으로도 고객으로부터 이런 편안함, 신뢰를 받도록 하는 게 우리의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을 것 같은데 늘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나?

물론이다. 직접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취향에 맞는 곳을 고르곤 한다. 가끔은 회사 친구들한테 연락해서 좋은 곳을 소개해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각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잘 아니까.

-보통 어떤 기준으로 숙소를 고르나?

나는 특별히 ‘독특한(unique) 스타일’을 가진 숙소를 찾는다. 각 집마다 주인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곳이 좋다. 지금 머무는 숙소는 디자이너 부부가 주인인 집이다. 두 사람이 너무나 귀여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그들의 취향이 잘 드러난다. 이런 곳에서 머무르면 나도 그 문화 속에 녹아드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또 주인이 나를 잘 돌봐줄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한국처럼 내가 언어를 모르는 나라를 방문할 때에는 특별히 날 도와줄 수 있는 주인을 찾는 편이다. 특별히 한국에서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이용해본 곳 가운데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나?

한국. 진심이다. 이번에 한국에서 인터뷰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웃음)

작년 한국 숙소 주인이 대단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공항에 마중 나오고, 맛있는 곳에서 저녁을 사주기도 하고, 어떤 곳을 돌아보면 좋은지도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심지어 특정 회사의 신용카드가 있어야만 구경할 수 있는 도서관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그날은 아예 자기 신용카드까지 빌려줄 만큼 친절했다.(웃음) 그 뒤로 완전히 친구가 됐다.

지금 머무는 집 주인도 정말 친절하다. 내가 인터뷰 장소를 제대로 찾아갈지 걱정을 많이 했다. 오늘은 택시를 태워 보내면서도 안심이 안됐는지, 사무실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였다. (웃음)

이렇게 좋은 주인을 만나게 되면 그 나라는 꼭 다시 찾고 싶은 나라가 된다. 나부터 이렇게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러 한국을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최근에 에어비앤비가 브라질 월드컵 스타디움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나?

우리는 원래 재미있는 이벤트를 많이 하는 회사다. 이번 주에는 런던 템즈 강물 위에 사람이 빌려서 숙박할 수 있는 진짜 집을 띄웠다. 내가 알기로 조만간 한국에서도 재미있는 이벤트가 곧 진행될 것 같다. 내 입으로는 말해줄 수 없다. 곧 알게 될 테니 기다려 보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