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교동의 한 스튜디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뮤토리'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양병남씨가 기타를 조율하며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기타 연주법에 관한 동영상 수십 개를 유튜브에 올려놓고 6만6000명의 정기 구독자(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1인 방송 제작자다. 그는 최근 CJ E&M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이 스튜디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CJ E&M은 1인 제작자와 제휴를 맺고 이들의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분야를 지원하며 향후 수익을 나누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을 최근 시작했다. MCN이란 다수의 개인 제작자를 확보해 마치 방송사처럼 광고를 유치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업을 말한다. 여러 개의 개인방송 채널을 운영한다는 뜻에서 멀티채널이란 이름이 붙었다.

미국에선 유튜브에서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개인 제작자들이 할리우드 자본으로부터 막대한 액수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독일 슈피겔은 최근 '미래의 방송'이란 기획 보도에서 "할리우드의 대규모 자본이 유튜브로 달려가고 있다"며 이를 '할리튜브'(Hollywood + Youtube) 라고 이름붙였다. 우리나라도 기존 케이블TV·IPTV(인터넷TV) 업체들이 유튜브·아프리카TV 등에서 인기 높은 개인방송 제작자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인터넷방송, 멀티채널로 진화한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려 인터넷은 방송 콘텐츠의 새로운 전파 경로로 자리 잡았다. 혼자 골방에서 방송을 만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월 수천만원씩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등장했다. 이런 개인 제작자 다수를 묶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MCN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연예인을 발굴·육성하는 연예기획사와 비슷한 구조다.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게임방송 진행자 '양띵', 50만 명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인터넷방송 진행자(BJ) '김이브' 등을 보유한 트레저 헌터라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대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게임방송 진행자 나동현씨도 연내에 자신을 주축으로 한 MCN 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대기업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CJ E&M은 이달 초 '다이아TV(DIA TV)'라는 프로젝트를 출범해 톡톡 튀는 1인 방송 제작자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대도서관' '쿠쿠크루' 등 387개 팀과 파트너 제휴를 맺었다. 280㎡(약 85평) 크기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방송 장비와 제작 인력도 지원한다. 이들이 만든 방송 콘텐츠를 받아 보는 구독자는 총 2200만명(중복 포함), 월간 총 조회 수는 5억3000건을 돌파했다.

KT도 TV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150여 개의 개인방송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 향후 교육·어학·경제 등의 분야에서 콘텐츠 제휴를 추진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도 모바일TV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개인방송 제작자와 제휴를 모색 중이다.

할리우드와 유튜브의 만남

인터넷방송은 전통 미디어 못지않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가 지난해 10대 청소년 1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를 조사한 결과, 1~5위가 모두 유튜브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온라인 스타들이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미래 시청자를 잡기 위해 인기있는 MCN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미국 더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는 지난해 9억5000만달러(약 1조360억원)를 주고 메이커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메이커 스튜디오는 '에이미 팸의 화장법' 등 5만 개 이상의 인터넷방송 채널에서 매달 11억 건의 시청 기록을 올리고 있다.

'슈렉' '쿵후팬더' 등을 만든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은 1억 명의 구독자와 총 시청 건수 100억 건을 기록한 어섬니스TV를 2013년 1억5000만달러(약1636억원)에 샀다. 타임워너머시니마라는 업체에 최근 2년간 4200만달러(약 460억원)를 투자했다.

미디어 업계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10년 안에 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블 업계의 한 고위 임원은 "케이블TV 방송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까지는 10~15년이 걸렸지만, MCN 사업은 통신 기술의 발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MCN(Multi Channel Network)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가 높은 1인 또는 중소 창작자에게 촬영 스튜디오 등 방송장비와 교육, 마케팅 등을 지원해주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신종 미디어 사업. 기획 역량이 뛰어난 개인 제작자와 체계적인 제작 노하우·유통망을 보유한 미디어 기업이 서로 돕고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