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왼쪽) 사장과 남편 김재열(오른쪽) 제일기획 사장.

이서현 사장은 세계 패션 트렌드에 대한 안목이 남다르고 패션 전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부드럽고 차분한 성격에 여성스러운 면이 많다. 실제로 그는 1남 3녀를 둔 요새 보기 드문 ‘다자녀’ 어머니이기도 하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삼성에 입사한 이후 출산과 경영을 병행하며 워킹맘의 길을 걸었다. 바쁜 일정에도 초등학생 딸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 다른 엄마들과 환경미화 활동을 하는 등 학부모 행사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 같은 스타일은 회사 경영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일모직에서 생일을 맞은 임원들은 이사장에게 받는 축하 선물이 모두 다르다. 개인의 담당분야와 특기, 기호 등을 감안해 ‘가장 필요할만한 것’을 이사장이 직접 골라 보내기 때문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임원에게는 독특한 디자인의 냄비를, 술자리가 많은 임원에게는 개인 체질에 맞는 건강 식품을 보내는 식이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평소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며 여성 특유의 친근한 ‘스킨십’ 경영으로 직원들 사이에도 신망이 높은 편이다.

2010년 2월 5일 오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삼성그룹 창립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이건희 전 회장의 장녀 이부진(왼쪽 두번째)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왼쪽) 제일모직 사장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미국의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다닐 때도 그리 눈에 띄지 않게 지냈다고 한다. 한 동문은 “당시 삼성가의 딸이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특별히 사치스럽거나 눈에 띄지 않았다”면서 “열심히 학교에 다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학창시절 늘 재벌가 자제들의 모임에 들 정도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 부사장은 경기초등학교를 나왔는데 당시 1986년 2월 같이 졸업했던 21회 졸업생들끼리 ‘경기회’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사장은 패션계 종사자답게 패션감각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와 언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대표적인 ‘삼성 재벌가 패션’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이 사장은 수트에서부터 벨트 2개로 허리를 한껏 강조한 원피스형 재킷 등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5년 1월 19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임임원 만찬에 참석한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또 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기로 유명하다. 미국에 패션 관련 일로 출장 시 미국 디자이너 옷을, 프랑스 패션 컬렉션 등에 참가할 때는 프랑스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다. 평소에는 제일모직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 구호, 르베이지 등을 즐겨 입는다고 한다.

그는 ‘디자인’이 뛰어난 옷을 주로 고르는 데 이 때문에 때론 ‘전위적’이라는 평가도 듣는다.

올해 1월 삼성그룹 신임 임원 만찬에서 이 사장은 제일모직이 2011년 인수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콜롬보의 토트백을 들고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이 사장은 검은 색 정장을 입고 손에는 콜롬보 ‘디 누오보 월스트리트백(Di nuovo wallstreet bag)’ 컬렉션을 들었다. 악어가죽 재질로 대나무 손잡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