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우버(Uber)'다. 택시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 회사에서 출발한 우버는 무인차와 지도 서비스, 헬리콥터 택시, 음악 서비스 업체와 제휴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전 세계의 돈과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한 스마트폰 이용자가 우버 앱을 실행하고 있다. 우버는 차량이 필요한 사람과 유휴 차량을 연결해주고, 양쪽으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했다. 첨단 기술이나 이렇다 할 자산도 없이 그저 스마트폰 앱 하나로 출발한 이 회사는 설립 6년 만에 앱 이코노미 사상 최고의 기업으로 떠올랐다. 우버는 앱 하나로 거대한 부를 일굴 수 있는 앱 이코노미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앱 이코노미는 점차 '승자 독식' 현상이 벌어지면서 개인과 소규모 앱 개발자가 우버와 같은 성공을 성취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억달러였던 우버의 매출은 올해는 그 다섯 배인 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월가(街)가 평가하는 우버의 기업가치도 지난해 150억달러에서 현재 500억달러 수준으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아직 기업공개(IPO)도 하기 전인데도 그 정도다. 상장도 하기 전에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에 이른 기업은 지금까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밖에 없었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이제 세계 3위 스마트폰 메이커인 중국의 샤오미마저 따라잡았다.

기업가치 500억달러 돌파한 우버

우버 신화의 출발점은 스마트폰 앱이다. 2007년 7월 10일 애플이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를 열면서 시작된 앱 생태계가 낳은 최고의 성공 모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앱 생태계는 개발자와 유통망, 소비자로 구성된 경제권을 망라하는 개념으로 '앱 이코노미'라고도 부른다. 미국 CNBC는 전문가의 표현을 빌려 "우버야말로 앱 이코노미의 정수(精髓)"라고 전했다.

우버의 사례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앱 이코노미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 작동하는 250만개의 앱이 출현했고 지금도 매일 3000개의 새 앱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앱들로 인한 직접적인 매출액만도 30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그에 비례해 앱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이폰용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만 봐도, 지난 한 해 동안 앱 개발자에게 지급한 돈이 100억달러(약 11조원)를 돌파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아이폰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앱 개발자들에게 총 250억달러(약 27조원)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앱 이코노미의 가장 큰 매력은 국경과 관세의 장벽이 없다는 것이다. 앱 하나만 잘 만들어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앱장터인 '구글플레이'에 올리면 스마트폰을 쓰는 전 세계 소비자로 통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대규모 자본이나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개발사도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시장을 노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앱 이코노미의 미래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남편이 프로그래머, 부인이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게임 개발사 '자밥스튜디오'가 만든 '좀비 심판의 날'이라는 게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구글 플레이 추천앱에 오른 뒤 다운로드(내려받기) 수가 10배로 폭증했다. 이 게임을 내려받은 사용자의 국적을 보면 한국이 37%로 가장 많다. 하지만 미국(25%), 홍콩(9%), 브라질(7%) 등을 합치면 해외 사용자가 훨씬 더 많다. 역시 국내 개발사인 벤티케익이 만든 카메라 앱 '레트리카'도 세계로 진출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40%가 사용하는 '국민 앱'이 됐다. 레트리카 역시 해외 다운로드 비중이 98.5%나 된다.

그렇다면 앱 이코노미의 미래는 장밋빛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갈수록 앱을 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꾸준하게 앱 쇼핑을 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한 달에 내려받는 앱 숫자가 2013년 2.32개에서 지난해 1.82개로 급감했다. 더구나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9명은 유료 앱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평균적인 스마트폰 사용자가 한 달 동안 새로 내려받는 앱은 한 개가 안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미 사용 중인 앱을 업데이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져 새 앱이 두각을 나타내기 더욱 어려운 구조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앱 시장은 극소수의 개발자가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도가 극심해지고 있다. 모바일 시장분석 업체인 '디벨로퍼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상위 1.6%의 앱 개발자가 전체 앱 매출의 약 99%를 가져간다. 반면 아이폰용 앱 개발자의 35%와 안드로이드폰용 앱 개발자 45%는 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 100달러(약 11만원)도 안 되는 빈곤에 시달린다.

더구나 초기에 개인 개발자, 소규모 개발사 중심이던 앱 시장은 이제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지닌 대형 개발사 주도로 변해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앱 이코노미의 변화를 두고 "앱 하나만으로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었던 '골드러시'의 시대는 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