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여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열쇠를 자물쇠에 꽂아 여는 기계식 방식에서 열쇠 없이 숫자 암호를 입력하는 디지털 도어록(door lock)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연결돼 외부에서 원격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도어록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보안 의식이 강화되면서 도어록 시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AT&T는 스마트폰을 열쇠로 쓰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대면 무선통신을 통해 요금이 결제되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도어록에 갖다대면 문이 열린다.
최근엔 미국의 100여개 호텔에서 방열쇠를 별도로 주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열쇠 앱을 다운받아 쓰는 방식도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열쇠 구멍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자물쇠에 기계식 방식이 함께 존재하길 원하며 어떤 형태로든 열쇠를 손에 쥐어야 안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물쇠 업체인 '아사 아블로이(Assa Abloy)'의 에드가 친 북아시아 총괄사장은 21일 "디지털 도어록과 스마트 도어록은 한국이 주도하는 변화"라며 "미국 소비자는 열쇠가 꼭 있어야 하는데 비해 한국 소비자는 다양한 형태의 도어록을 받아들여 새로운 진화를 잘 흡수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94년 스웨덴의 아사와 핀란드의 아블로이가 합병한 회사로, 이후 전 세계에서 200여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해 지금은 400여 개의 도어록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게이트맨'이란 제품으로 시장 1위였던 아이레보를 인수했다. 연간 80억달러(약 8조7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시장점유율이 15%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선 스마트 도어록이 스마트홈과 연계된 형태로 발전 중이다. 아이레보가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만든 신제품은 스마트폰의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문을 열거나 닫는 구조다. 외부에 있을 때 갑자기 지인이 찾아와 문을 열어줘야 하는 경우에 간단히 스마트폰으로 자물쇠를 해제할 수 있다. 스마트홈은 가전(家電)과 집 안의 전자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 도어록은 보안 기능이 예전보다 대폭 강화되고 있다. 아파트 도난 사고의 대부분은 강도가 현관문의 자물쇠를 따고 들어오는 형태다. 디지털 도어록은 물리적으로 해체될 때 경고음을 내지만, 강도는 빠르게 도어록을 딴 뒤 배터리를 빼버린다. 하지만 스마트 도어록은 물리적인 해체 시도가 들어오면 집주인의 스마트폰으로 이런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에 곧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에드가 친 사장은 "스마트 도어록은 스마트홈의 입구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의 박준석 차장은 "위치 정보 등 집주인의 위치를 확인하는 기술을 여러 기업이 개발하고 있지만, 도어록이 여전히 가장 정확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이 외출한 사실을 확인하면, 집 안의 콘센트를 제어해 조명이나 가습기, 에어컨, TV 등 불필요한 전원 공급을 모두 차단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 가스불 끄는 것을 깜빡하고 외출했다면 가스밸브를 원격 조정해 강제로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