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입출금기(ATM)는 트로이의 목마인가'

국군 장병 급여 지급 등을 위해 2005년 도입된 '나라사랑카드'의 새 사업자 선정에서 기존 사업자인 신한은행이 예상을 깨고 고배를 마셨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2016~2025년 사업자로 뽑혔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는 10년 단위로 선정한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은 군부대 병영내 설치된 150대 가량의 ATM을 연간 15억원의 비용을 감수하고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10년 동안 비용을 계산하면 대략 150억원이다. 게다가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올해내 신형 ATM 설치를 끝내고 내년부터 나라사랑카드 서비스를 시작하면 신한은행 ATM의 사용률은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신한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10년후 또다시 치러질 입찰 경쟁에서 '고진감래(苦盡甘來·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뜻)'를 이뤄내겠다는 취지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의무자가 징병검사 때 발급받아 예비군 임무가 끝날 때까지 급여 등을 지급받는 체크카드로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병이 이용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군부대에 수백억원을 들여 ATM를 설치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매년 35만명 입영 대상자를 새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2005년~2015년 나라사랑카드 사업자로 선정돼 군장병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당장 군부대에서 ATM까지 철수하면 다음 입찰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이번 결정에 한몫했다. 입찰에서 떨어졌다고 군장병 복지 시설을 철수하면 이미지도 나빠질 수 있고 향후 입찰에서 사업권을 딸 경우 ATM과 관련 인프라를 다시 깔아야하는 중복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은행권과 군 당국 안팎에서는 국민은행과 기존 사업자인 신한은행이 새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신한은행의 탈락은 예상 외라는 반응이다.

은행권에서는 입찰에 참가한 4개 은행(국민, 기업, 신한, 하나)중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만 '국군희망준비적금'을 내놓은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 따라 2014년 출시된 '국군희망준비적금'은 연간 120만원 한도로 최장 2년 간 이용할 수 있는 군인 전용 적립식 적금 상품이다. 시중 금리의 2배 이상인 연 5.2~5.8%의 이자를 준다. 역마진 구조라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출시를 꺼렸던 정부 주도 금융 상품이다. 국군희망적금의 가입자수는 국민은행이 약 3만6000명, 기업은행은 약 8000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사전 설명회에서 전부 공개한데다 블라인드 채점 방식을 도입해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며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치밀하게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이번 입찰의 투명한 평가를 위해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국군재정관리단, 국군복지단, 병무청 등으로부터 전문성 있는 인원을 3배수(45명)로 추천받아 15명을 평가위원으로 위촉했다. 여기에는 금융·경영·경제 분야를 전공한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병사도 각각 1명씩 총 4명이 포함됐다.

트로이 목마

☞용어설명
트로이의 목마: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보면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성을 10년동안 포위하고 전쟁을 벌였으나 성을 함락하지 못하자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버려두고 퇴각했다. 이를 평화의 선물이라고 생각한 트로이 군대가 목마를 끌고 들어와 축제를 벌이던 한밤중에 목마 속에 숨어있던 그리스 병사들이 급습해 트로이를 멸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