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북 김제시 백산면에 위치한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의 '501 양계농장'. 이곳은 하림의 직영 농장으로 총 5개 동(棟)에서 연 100만 마리를 키워낸다.

회색 보호복과 장화를 착용하고 그중 한 동으로 들어서자 바닥에 깔린 왕겨(벼 껍질)와 닭의 분변(糞便)이 섞인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길이 120m, 폭 14m의 기다란 건물 안에는 4만여 마리의 새하얀 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파이프에서 공급되는 모이와 물을 쪼아 먹었다. 농장을 관리하는 한용섭 부장은 "병아리 상태로 들어와 자란 지 27일째 되는 닭들"이라며 "보통 30일 정도가 되면 도계장(屠鷄場)으로 출하한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적용한 '스마트 닭' 농장

하림과 IT서비스기업 LG CNS는 이 농장에서 국내 최초로 닭을 위한 '스마트 저울'을 실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 개 동에 특수 제작한 파란색 철제 저울을 설치했다. 여기엔 10분의 1초마다 무게를 재는 센서, 닭들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한 적외선 CCTV, 온도와 습도·벤젠·톨루엔·먼지를 각각 측정하는 센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무선통신 장비가 달렸다. 닭들이 모이를 쪼아 먹다 자연스럽게 한 마리 혹은 두세 마리씩 저울에 뛰어올랐다 내려오는 매 순간 무게를 잰다.

국내 최대 닭고기 업체 하림이 LG CNS와 함께 구축한 전북 김제시의'스마트 닭 농장'내부 전경. 중앙에 설치한 스마트 저울은 닭들의 평균 무게와 공기 중 벤젠·톨루엔·먼지 농도를 정확히 측정해 최적의 닭 사육 환경을 만들어낸다.

LG CNS 유동열 사물인터넷(IoT)솔루션팀장은 "이렇게 저울 무게가 들쭉날쭉 움직여도 빅데이터팀이 하루 86만여개의 무게 데이터를 바탕으로 닭들의 평균 무게와 체중 증가 추이를 정확하게 분석해낸다"고 했다. 전북 김제에서 닭들이 폴짝거릴 때마다 서울 여의도 LG CNS 본사의 빅데이터팀에는 분(分)당 600개, 하루 86만4000개의 닭 무게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측정을 시작한 4월 1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6일간 수집한 무게 데이터는 총 2246만여개. 빅데이터 담당 이대식 총괄컨설턴트는 "이 기간 중 닭들은 하루 평균 50g씩 체중이 늘었고, 13일 현재 마리당 평균 무게는 정확히 1242g"이라고 말했다. 무게가 1240~1260g, 1220~1240g인 닭은 각각 몇 마리인지 무게 분포도 10g 단위로 정확히 산출해낸다.

닭 농장에 이렇게 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까지 적용한 것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하림의 이강현 사육2팀장은 "예전엔 닭을 키우기만 하면 알아서 트럭에 실어갔는데 2000년대 들어서부터 거래처들이 세세한 무게 조건을 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반 프랜차이즈 치킨은 1.5~1.6㎏의 닭을, 두 마리를 한 세트로 주는 치킨집은 1.1~1.2㎏, 학교 급식을 하는 업체는 1.7㎏ 이상으로 키워서 보내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501농장은 주로 1.35~1.65㎏의 닭을 키워낸다. 예를 들어 1.35㎏을 요구했는데 1.2㎏으로 키워내면 '불량' 판정을 받아 멀쩡한 닭을 헐값에 넘겨야 한다.

발육이 왕성해 1.5㎏이 돼도 '규격외품' 판정을 받아 역시 제값을 받지 못한다. 이 팀장은 "무게에 따른 시세 차이를 100원이라고 봤을 때, 연간 출하량의 10%인 2000만 마리만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도 손해액이 2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실시간으로 농장 현황 파악

지금까진 사람이 일주일 정도마다 농장에 들어가 전체 닭의 1% 정도를 잡아 한 마리씩 저울에 달아보고 전체 무게를 유추하는 식이었다. 출하를 2~3일 앞둔 시점에선 매일 저울에 달아보며 무게를 관리했다. 하지만 농장에 사람이 자주 들어가면 닭이 스트레스를 받아 죽는 경우도 많았다.

하림의 직영·계약 농장은 모두 530여개. 이곳에서 연간 2억 마리의 닭을 키워낸다. 과거엔 각 농장에서 잰 닭 무게의 오차가 얼마인지 몰라 부정확한 예측과 판단을 해 왔다. '1.5㎏ 닭 100만 마리'를 납품해야 하는데, 막상 잡아보니 적정 무게의 닭이 80만 마리밖에 안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스마트 저울 시스템을 도입하면 언제 몇 ㎏의 닭을 몇 마리나 출하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예측·판단할 수 있다. 하림과 LG CNS는 현재 김제 농장에 설치한 스마트 저울의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점차 다른 농장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저울의 센서는 닭 폐사에 영향을 주는 농장의 온도·습도를 비롯해 벤젠·톨루엔·분진 등 공기 질(質) 관련 수치도 파악해 농장주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LG CNS 유동열 팀장은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닭에게 좋은 사육 환경이 어떤 것인지 계량화해 모범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다른 농장에도 적용하는 등 스마트한 닭 농장 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