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20주년을 맞아 방한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

“20년 전 첫 소설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미국 사회에서 나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낯선 아웃사이더의 목소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시아계든 파키스탄계든 아프리카계든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이 영어로 작품을 발표하고 미국 작가로 활약한다.

지금 떠오르는 젊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도 이제는 점점 더 (외부의 목소리가 아닌) 그냥 미국 작가로 수용되는 추세에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데뷔할 때와 달리, 지금 작가들에겐 좀 더 많은 것이 허용되고 있지 않나, 그래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지 않나 생각된다.”

“한국에 오는 것이 점점 좋아지는 게 사실이다. 점점 이곳이 편해진다. 물론 한국말을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웃음) 엊그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서울에 도착한 후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돼 일찍 잠에서 깼다. 새벽 5시쯤 숙소 밖으로 나와 주변에 먹을 게 있는지 찾으러 다녔다. 그러다 한 순댓국집을 발견했다.

택시 기사와 배달원 같은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서로 대화도 나누고 있었다. 마치 어떤 사람 집에 초대받아 간 것처럼 편했다. 나는 물론 말이 서툴러서 함께 어울리지는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미국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이다. 그런 경험 자체가 굉장히 좋았다. 한국은 내게 여전히 특별한 곳이다. 마치 제대로 알지 못했던 먼 친척을 조금씩 알아나가는 과정 아닌가 싶다.”

"우리 삶의 순간순간들은 절대로 포착되지 않는다. 삶은 언제나 은유(metaphor)이며 아날로그적이다. 결코 수량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학이 존재한다. 우리가 자기 존재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문학이다. 그 역할에 대해 특히 젊은 세대가 꼭 알았으면 한다."

마이크 앞의 작가는 눈가의 주름만 제외하면 여전히 미소년이었다. 하지만 이마 위로는 흰 머리카락이 제법 많아 보였다.

벌써 등단 20년을 맞은 재미교포 소설가 이창래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50). 그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1995년 발표한 처녀작 '영원한 이방인'(원제 Native Speaker, 알에이치코리아)의 재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는 서울 태생이다. 하지만 세 살 때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태평양을 건너 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영어로 말을 하고 글을 쓴다.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월가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그가 1995년 발표한 첫 소설은 미국 문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펜·헤밍웨이상과 반스앤드노블 신인 작가상, 아메리칸 북어워드, QPB 뉴비전 문학상, 오리건 북어워드 같은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다시피했다.

그 뒤에 출간한 ‘척하는 삶’(A Gesture Life) ‘가족’(Aloft) ‘생존자’(The Surrendered)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 등 내놓는 작품마다 잇따라 찬사를 받았다. 한국에 이름이 알려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작년에 낸 소설 ‘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올해 전미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

요즘은 해마다 노벨상 발표 시즌이 되면 외신과 영국 도박 사이트에서 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은 농담거리일 뿐”이라며 웃어 넘겼다. 그로서는 “돈이나 유행을 좇지 않고 진지한 문학을 하는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문학 평론가 박철화의 사회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책이 출간된 지 20년 만에 다시 나왔다. 그 때와 지금, 작품에 대한 느낌에 변화가 있나?

사실 내가 쓴 작품을 그 뒤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런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잠깐 들춰볼 때가 있다. 그렇게 읽어 보면서 느낀 것은, 처음 작품을 쓸 때 다룬 주제들이 지금의 내 관심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 ‘영원한 이방인’은 미국 사회에서 외부인 취급을 받던 아시아계의 소외감,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쓴 책이다. 그와 동시에 언어가 가진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이민자의 이야기이자 언어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런 주제는 갓 등단한 작가가 쓸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데뷔 작가란 늘 자신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자신에게 맞는 문학적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처녀작으로 적합한 소재를 다뤘다고 평가한다. 지금 읽어봐도 만족스럽다. 특히 당시 유행만 좇기보다, 지금 다시 읽어도 계속해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미국에서 한국계 작가로서 글을 쓴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20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 소설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나를 보는 시선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낯선 아웃사이더의 목소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시아계든 파키스탄계든 아프리카계든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이 영어로 작품을 발표하고 미국 작가로 활약한다.

지금 떠오르는 젊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도 이제는 점점 더 (외부의 목소리가 아닌) 그냥 미국 작가로 수용되는 추세에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데뷔할 때와 달리, 지금 작가들에겐 좀 더 많은 것이 허용되고 있지 않나, 그래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지 않나 생각된다.

-소설의 영어 원제는 ‘Native Speaker(원어민)’인데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영원한 이방인’이다. 원어민과 이방인은 정반대의 뜻인데, 이런 해석에 대해 작가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영어 원제는 사실 굉장히 아이러니한 뜻을 담고 있다. ‘Native Speaker’는 사실 전통적인 표준 영어(correct English)를 구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는 굉장히 다양한 민족들이 산다.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영어를 쓴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다르다. 사투리라는 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사회다. 한국어 제목인 ‘영원한 이방인’은 영어 원제와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과 거리감, 그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한 제목이다. 우리가 외부인이 되어 스스로에게 느끼는 소외감을 강조한 제목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자라면서 늘 주변과 다르다고 인식했고, 주변 상황을 민감하게 의식하며 자랐다고 했다. 나이가 들고 미국 사회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이런 소외감은 좀 덜한가?

내가 어릴 때 느꼈던 주변 환경과의 '온도 (temperature) 차이'는 지금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전과 달라진 건 내가 이걸 점점 더 편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그런 소외감에 대해 더 감정적으로 반응했고, 갑갑하게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지혜로워진다고 해야 할까.(웃음) 점점 더 신경을 덜 쓰게 되는 면이 있다. 내 인생에 나타난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의 현실은 어떤가?

‘영원한 이방인’ 속에 나오는 주인공인 한국계 미국인 정치인은 굉장히 특별한 경우다. 아시아인이 그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많은 게 바뀌었다.

물론 동양계 미국인이 미국 사회의 주류에 완벽하게 적응했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한국적’이란 말이 미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정보가 요리나 영화, 한류 등을 통해 전파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한국이라고 하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라 일일이 설명해줘야 했다. 그러나 이젠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 정도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본다.

-과거 인터뷰 등에서 나이가 들수록 모국인 한국을 더 찾게 된다고 했는데?

한국에 오는 것이 점점 좋아지는 게 사실이다. 점점 이곳이 편해진다. 물론 한국말을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웃음) 엊그제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서울에 도착한 후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일찍 잠이 깼다. 새벽 5시쯤 숙소 밖으로 나와 주변에 먹을 게 있는지 찾으러 다녔다. 그러다 한 순댓국집에 들어갔다.

택시 기사와 배달원 같은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마치 어떤 사람 집에 초대받아 간 것처럼 편하게 서로 대화도 나누고 있었다. 나는 물론 말이 서툴러서 함께 어울리지는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지만, 이런 것은 미국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이다. 그런 경험 자체가 굉장히 좋았다. 한국은 내게 여전히 특별한 곳이다. 마치 제대로 알지 못했던 먼 친척을 조금씩 알아나가는 과정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작품을 보면 한국이나 한국인이라는 소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유산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해결하지 못한 과제나 업보로도 보인다. 그런데 가장 최근 작품인 ‘만조의 바다 위에서’를 보면 한국적인 소재가 딱 한 번 등장한다. 그것도 먹다가 배탈이 나는 음식으로 등장한다. 한국이라는 소재를 극복했다는 뜻인가?

작가는 늘 지금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글을 쓴다. 그 동안 서너 권의 책을 쓰면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바뀌었다. 초기 작품들이 개인적인 고민을 다뤘다면 가장 최근 작품인 ‘생존자들’과 ‘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이전보다 좀 더 넓은 세계관을 제시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 써보려 했다. 흰머리가 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쏟게 된 것도 같다.(웃음)

말씀하신 ‘한국적인 요소’라는 것은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지 다루게 될 것 같다. 한국인이라는 것은 나의 정체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그 길을 따라가는 작가는 아니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말하는 데에 늘 관심을 가지고 글로 쓰려고 노력한다.

-20년이라면 긴 시간이다. 처음 글을 쓸 때와 지금, 앞으로의 문학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작년 대전에서 열린 세계 인문학 포럼 때 기조강연을 하면서 “인간은 아날로그적 존재”라고 선언했다. ‘아름다운 혼돈’을 옹호한다는 표현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이며, 아날로그적 존재로서 글쓰기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생각을 듣고 싶다.

당시 포럼에서는 “우리 시대 문학의 역할을 알자”고 강조하고자 했다. 문학은 우리가 아날로그적 삶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삶, 우리의 인생은 은유(metaphor)이며 따라서 아날로그적이다. 우리가 사는 삶은 절대로 디지털화할 수 없고 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은 완전히 디지털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로는 완전히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다. 문학은 우리가 삶의 순간이나 의미, 혹은 모든 감정들을 다 포착할 수 없기 때문에 존재한다.

우리는 수 세기에 걸쳐서 끊임없이 우리의 존재, 삶 속의 느낌을 최대한 그 실체에 가깝게 표현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탐구해 왔다. 디지털화된 세상은 우리 삶을 이진법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요소들이 수로 환산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삶에는 '망각'의 위험이 있다. 우리 삶의 순간이란 절대로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 존재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문학이다.

나도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는 디지털이나 수로 담을 수 없는 신비와 수수께끼가 많다. 그래서 문학은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 기술로는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게 많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영원한 이방인'을 쓸 때 어떤 독자를 염두에 뒀나?

특정한 독자를 염두에 두진 않았다. 책을 쓸 당시에는 뉴욕에서 먼 오리건 주의 유진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이 책을 누가 읽을지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뉴욕과 미국에서의 삶, 사람들에 대해 쓰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에서 나온 책이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열정을 담았다. 특정한 독자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책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당시 내가 느꼈던 섬세하고 치밀한, 사람에 관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매우 개인적으로 쓴 글이었다. 내면의 생각을 써 내려간 것이다.

-한국에서 ‘생존자’란 제목으로 나온 소설의 원제는 ‘The Surrendered(투항자들)’다. 의미가 거의 반대에 가까운데?

한국어판 제목에 내가 관여하거나 결정하진 않았다. 번역이라는 건 굉장히 어려운 예술이고, 그 번역서의 한글 제목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아마 번역가가 생각할 때 그 작품 속의 어떤 중요한 것, 전달됐으면 하는 것을 드러내려고 한 것 같다.

-여러 나라 출신 작가들을 미국 작가로 수용하는 점이 미국 사회의 장점이라고 했다. 요즘 미국 문학계의 흐름은 어떤가?

내가 미국 사회에 대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점은 문학계에 새로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받아들여진다는 거다. 다음에 우리가 주목하게 될 목소리가 어디에서 올지, 그게 뉴욕일지, 샌프란시스코일지, 남부 이민자 사회일지, 아프리카에서 온 여성 작가일지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 문학은 토양이 굉장히 풍부한 땅이다. 다양한 사람과 관점이 문학을 바꿔간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좋은 점이다. 이런 것은 현재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다. 작년에도 영국 도박 사이트 상위권에 이름이 올랐다. 어떻게 생각하나?

도박 사이트에 이름이 오른 것은 나도 들어서 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건 우스개로 받아넘긴다.(웃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기쁜 일이다. 내가 좀 더 좋은 이유로 문학을 한다는 걸 독자들이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돈이나 유행을 좇는 게 아닌, 진지한 문학을 탐구하는 작가로서 기억되고 싶다.

-평소에 다른 작가들 작품을 많이 읽는 편인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나 책이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다독(多讀)을 해서 나로서는 여러 의미를 가진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결정적인 영향을 준 어느 특정 작가나 작품을 지칭하긴 어렵다.

나는 주로 독특하고 독창적인 작가들을 즐겨 읽는다. 간결하고 단순한 문체의 헤밍웨이 같은 사람도 있고, 복잡한 느낌의 제임스 조이스 같은 사람도 있었다. 시인을 포함해 여러 우아하고 위대한 작가들이 내게 영향을 줬다. 특별히 언어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보이는 작가에게 마음이 기우는 편이다.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은 어떤 건가?

나는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되도록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웃음) 지금 쓰는 작품은 동시대 이야기다.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어떻게 보면 모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인 사업가의 행적을 따라 아시아 전체를 돌아보게 되는데, 한국적인 요소도 약간 들어가 있다. 자본주의의 문제를 다루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어떻게 세계 문화에서 부각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 이창래 작가는

1965년 서울 생. 세 살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예일대학교 영문과에서 학사 학위를, 오리건 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분석가로 1년 동안 일하기도 했다.

1995년 졸업작품으로 쓴 ‘영원한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1996년 펜·헤밍웨이상과 반스앤드노블 신인 작가상, 아메리칸 북어워드, QPB 뉴비전 문학상, 오리건 북어워드 등 6개 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일본인 군의관의 시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척하는 삶’을 발표해 아니스펠트-울프상, 아시아-아메리카 문학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뉴요커지(誌)의 ‘미국 내 40세 미만 최고 작가 20명’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2000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가장 주목받은 젊은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중산층 가족의 균열을 다룬 ‘가족’,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생존자’, 가상의 미래 사회에서 사는 잠수부 소녀의 모험을 그린 ‘만조의 바다 위에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설을 펴냈다.

미국 오리건 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와 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 창작과정 학과장을 지냈고, 2002년부터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4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 이창래의 소설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
이창래 지음|정영목 옮김|알에이치코리아|516쪽|1만4800원

1995년 발표한 이창래의 첫 장편소설.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서 교육받고, 백인인 미국 여자와 결혼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계 미국인 헨리 파크가 주인공이다. 그가 시장 출마를 앞둔 한국계 정치인 존 강의 뒷조사 임무를 수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렸다.

헨리 파크의 부모처럼 그야말로 '먹고 살기 바쁜' 뉴욕의 한인 1세대, 현재의 '성공 신화'로 불리는 뉴욕 시의원 존 강 등 다양한 한인 이민자의 삶이 작품 속에서 펼쳐진다.

척하는 삶(A Gesture Life)
이창래 지음|정영목 옮김|알에이치코리아|492쪽|1만4800원

1999년 발표한 이창래의 두 번째 장편소설.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 참상에 충격을 받아 집필한 작품이다. 한국계 일본인이었지만 세계 2차 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하고, 그 뒤 미국으로 이민한 남성 프랭클린 하타의 삶을 다뤘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관점에서 한국인 위안부의 실태를 고발해 주목받았다. 아니스필드-볼프 문학상을 비롯한 미국 문단의 4개 주요 문학상을 받았다.

가족(Aloft)
이창래 지음|정영목 옮김|알에이치코리아|480쪽|1만4800원

이창래가 2004년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평생을 살아온 50대 남자 제리 배틀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의 적당히 부유한 집안 자제가 누릴 만한 것들을 누리며 편안하게 살아온 주인공이 은퇴 후 가족 구성원의 여러 문제점을 마주하게 되며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타임지(誌)가 '당신이 놓쳤을 수 있는 훌륭한 책 6권'으로 뽑았다.

생존자(The Surrendered)
이창래 지음|나중길 옮김|알에이치코리아|661쪽|1만5800원

이창래가 2010년 발표한 네 번째 장편소설. 6.25 당시 한 산골에 세워진 고아원,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뒤인 1986년 미국을 배경으로 전쟁으로 뒤얽힌 세 남녀의 비극을 그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쟁 고아 준, 미군 병사 헥터, 선교사의 아내 실비의 교감과 상처를 조명한다. 전쟁 한가운데에서 자란 주인공의 상처투성이 내면을 다루며 그 참상을 고발한 작품으로 2011년 데이턴 문예 평화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
이창래 지음|나동하 옮김|알에이치코리아|528쪽|1만4800원

계급이 엄격하게 구분돼 있는 가상의 미래 세계에서 살아가는 17세 중국계 잠수부 소녀 판의 모험을 다룬 소설이다. 미래가 배경이지만, 첨단 기기나 기술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작품의 배경을 바꾸는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현대 사회를 있는 그대로 묘사해 나간다. 책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 제4막 제3장에 나오는 브루터스의 대사 일부에서 따왔다. 2015년 전미 비평가 협회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