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권 금리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최근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단순히 수급 요인 때문이 아니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15일 이달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 회견에서 "최근 독일 국채 금리 급등에 따라 우리 국채 금리가 급등한 사례에서 봤듯이, 국내 금융시장이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며 "예단할 수 없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현저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잠재돼 있고, (이에 따라 우리)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설명대로 최근 한 달 우리 채권 금리는 독일과 미국 등 주요국 채권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큰 폭으로 오르내렸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 직후인 4월 17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69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등이 맞물려 이달 6일 1.969%까지 치솟았다. 8일에는 1.888%로 내리며 급등세가 진정되나 싶었지만 12일 1.942%로 다시 상승했다. 그리고 14일 1.857%로 금리가 낮아졌지만, 15일에는 1.881%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 총재는 "(각국이) 오랜 기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한 영향으로 세계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고, 그것이 주가와 채권 가격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진단하며 "국제결재은행(BIS)이 경고했듯이, 금융 부문에서의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의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변동하며 우리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받는 최근 움직임은 미국 등 선진국이 이례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한 데 따른 구조적 결과라는 진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움직이면 투자자는 물론 가계에도 피해가 크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는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시장 변동에 유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한은이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의 무게중심이 경기 요인보다 금융시장 안정에 쏠렸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정경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총재가 지난달 중순 이후 해외 금리 상승에 우리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상관관계가 높아진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며 "올해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경기 요인보다 금융시장 안정에 더 무게를 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총재의 발언은 최근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경고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 중앙은행도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장기간 이어진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반증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이달 초 "장기금리가 매우 낮아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채권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고 했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4일(현지 시각) IMF 총회에서 "양적완화 등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