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 전성시대다.

스팩은 기업인수합병을 위해 만들어 놓은 서류상의 회사다. 일단 증시에 상장을 한 후 일반 주식처럼 거래되다가, 상장을 하고 싶은 회사와 인수·합병을 한 후 이름을 해당 회사로 바꿔버린다. 이런 식으로 실질적인 상장 효과를 거두는 것을 우회상장이라고 하는데, 직접 상장보다 절차가 간소해 최근 인기다. 증시에 직접 상장시킬 경우 주관사 선정, 예비심사 승인, 수요예측, 공모주 청약 등 여러 절차를 거치는 동안 해당 업황이 나빠지는 등 위험이 존재하는 반면, 스팩에 합병되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이 걸린다.

올 들어 총 19개 스팩이 증시 입성을 추진 중인데, 이들 가운데 공모주 청약을 완료한 회사 11개가 모두 수백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11개 스팩 평균 경쟁률 314대1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낸 스팩 19개 중 공모 청약을 완료한 11개사의 평균 경쟁률이 314.2대1이었다. 지난해 말 스팩의 신규 상장이 대거 몰리며 일부 업체가 1대1도 안 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하나머스트4호스팩대우에스비아이스팩1호의 공모 청약 경쟁률은 400대1을 웃돌았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2013년 하나그린스팩을 통해 선데이토즈를 우회 상장시킨 바 있다. 대우증권은 대우에스비아이스팩1호 외에도 대우스팩3호의 상장을 추진 중인데, 이 역시 365.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에서 내놓은 스팩 2개의 경쟁률도 모두 300대1을 훌쩍 넘었다. 그나마 경쟁률이 가장 낮았던 케이비스팩7호도 136.8대1을 기록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스팩의 경우 원금 보장이 되기 때문에 100억~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가 공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콜마비앤에이치, 우회상장 후 공모가 8배로

증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팩이 대거 상장에 나서고 있음에도 공모 투자 열기가 고루 뜨거운 가장 큰 이유는 '선배' 스팩들의 선전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말부터 상장된 제2기 스팩들 가운데 16개사가 합병을 완료했거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 중이다.

합병 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대표적인 회사는 미래에셋제2호스팩과 합병한 콜마비앤에이치다. 현재 주가가 1만7250원으로, 스팩 공모가(2000원)의 8배가 넘는다. 하나머스트스팩과 합병한 우성아이비, 유진스팩1호와 합병한 나노도 3000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한 회사들 가운데 가장 기대치가 낮았던 업체도 합병 후 주가가 공모가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무조건 원금 보장을 받을 수 있으니 공모에 뛰어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활성화, 스팩 열풍에 영향

올 들어 증시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도 스팩 공모 열풍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29% 가까이 올랐다. 이와 함께 증시에 상장된 스팩들의 주가도 합병 대상을 찾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대체로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증권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상장 활성화 정책이 스팩 열풍에 한몫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한국거래소에서 코넥스 시장을 활성화하고 170개사를 상장시키겠다고 하자,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