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펀딩 8퍼센트 등 매주 억대 자금 유입...미국 렌딩클럽 투자자 모임도 만들어져 "합법화 여부 빨리 결론내야" 지적도

P2P대출시장이 재테크 투자처로 부상할 조짐이다. 정부는 아직 P2P대출의 합법화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연 1%대 저금리와 맞물려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업체가 시범 서비스만 실시하고 있음에도 매주 억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발빠르게 해외 P2P대출업체에 투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P2P대출(Peer-to-Peer Lending)이란 은행 등의 금융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이 사업모델은 자금을 빌려주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부업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대부업법 위반에 해당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설립된 부동산 P2P대출업체 테라펀딩은 경상북도 울진군에 29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총 조달 목표는 23억원이고 이날 기준으로 15%인 3억2900만원을 조달했다. 개인투자자 14명이 참여했으며 가장 많이 투자한 규모는 1억원이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전체 평균 투자금은 일인당 5000만원 가량"이라며 "연 10%대 중후반의 수익률을 제시하는데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꾸준히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라펀딩은 최근 실시 중인 자금조달건이 마무리되면 총 누적 조달규모가 55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모두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하는 자금이다.

대부업법 등록 미비로 한때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던 8퍼센트는 영업정지 사건이 도리어 회사를 홍보하는 효과로 이어져 투자자나 대출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황이다. 8퍼센트는 소액 중심임에도 연초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총 3억원을 조달했다. 가장 많이 투자한 개인은 16회에 걸쳐 1520만원을 투자했다. 8퍼센트는 연 5~8%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아예 해외로 원정을 떠나는 투자자들도 있다. 최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는 해외 렌딩투자 관련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한 투자자는 미국 P2P대출업체 렌딩클럽의 투자자로 참여해 연 12.6%의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인증하기도 했다.

사모투자펀드(PEF)업계에서도 P2P대출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한 PEF는 렌딩클럽, 온덱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해당 PEF 관계자는 "무리없이 연 10%대의 수익률을 내고 있어 추가 펀드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P2P대출업체를 설립했거나 준비 중인 곳은 10여곳에 이른다. 머니옥션, 팝펀딩 등 기존에 설립돼 있는 온라인 대출업체를 포함하면 매주 유입되는 금액이 수억원 단위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평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P2P대출을 허가할지 말지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미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금융당국이 총체적으로 관리하거나 아니면 아예 허락하지 않는 것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테라펀딩, 머니옥션 등 P2P대출업체는 익명조합 설립 형태로 대부업법 위반을 비켜가고 있다. 기존 대부업법에 따르면 투자자는 관할 지역에 대부업자 등록을 해야 자금을 빌려줄 수 있지만 익명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에 투자하는 형태로 법을 우회했다. 그러나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법 위반 여부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대부업계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