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A-, 안 하는 것보다 이번에 개혁 하는 게 낫다"
"정부 여당이 야당에 퇴로 열어줘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시켜야"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65)은 '국민연금의 아버지'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 이를 설계한 담당자다. 서 전 장관은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민연금을 도입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국민연금 설계를 총괄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 전 장관은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경제통'이다. 또한 13대 국회부터 15대 국회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하다. 명지대학교 정보통신경영대학원 원장을 거쳐 현재는 인제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금개혁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5월13일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소탈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회사 사무실이나 호텔을 마다하고 인터뷰 장소로 국회 의원회관 앞 벤치를 선택했다. 소탈함 뒤에는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 그의 말은 뜨거웠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발언했다. 시원한 바람만이 그의 뜨거움을 식히는 듯 했다.
◆ "공무원연금 개혁안 A-, 이번에 못하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수도"
서 전 장관은 정치권의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라는 협상안(案)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통과를 주장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50%와 같은 명시적인 숫자에 목을 매고 협상을 깨는 여야의 정쟁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 전 장관은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총평하면서 'A-(마이너스)'라는 다소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언론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 생각보다 나은 협상안이 나왔다"고 밝혔다. 서 전 장관은 "기본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로 크게 평가할 수 있다"며 "합의된 협상안도 그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의외의 발언이다. 이유가 뭘까.
"최선의 결과는 아니다. 분명히 부족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안이 차선책 정도는 된다.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여야는 물론 공무원단체 대표까지 합의한 안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현재의 상황을 뒤로 미루는 것보다는 차선책이라도 이번에 처리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 "공무원노조는 굉장한 강성…사회적대타협 높게 평가해야"
구체적으로 물었다. 특히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구조개혁이 되지 못해 재정절감 효과가 크지 않아 결국 몇 년 후에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물었다.
서 전 장관은 이 장면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런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치의 현실을 모른다. 그런 비판은 정치의 ABC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탁상공론이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합의인줄 아냐. 공무원노조가 보통 노조인줄 아냐. 난 이번에 합의 못할 줄 알았다. 내용도 이 정도면 A-"라고 했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우려하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사회적 대타협 속에 타결된 것을 평가한 발언이다.
특히 "공무원노조는 굉장한 강성"이라면서 "정부가 주도한 협상이지만 야당과 노조와 협상해서 제대로 된 안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괜찮다고 할 만한 합의안이 나왔다"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것을 거듭 높게 평가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과 연계돼 처리가 불발된 현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서 전 장관은 정부 여당이 야당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대원칙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을 풀려면 야당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면서 "아무 것도 내주지 않고 야당의 합의를 얻기는 어렵다"고 냉정히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공무원노조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 합의안을 깬다고 하면 전체적인 연금개혁안 논의 틀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시급한 만큼 정부여당이 국민연금 강화를 내걸고 있는 야당의 명분을 세워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