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병철 레드헤링 대표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그 회사가 가진 핵심역량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답은 차별화될 수 있는 그 회사만의 고유한 노하우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서비스나 제품이 다른 경쟁사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차별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장벽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 관건이 된다.

국내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지불결제, P2P 대출, 크라우드 펀딩, 개인투자 및 자산운용 분야에 걸쳐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신생 벤처팀들을 만날 때 주로 하는 질문이 그들만의 독특한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럴 때 마다 느끼는 것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아직 대다수 국내 핀테크 업체들이 차별화면에서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핀테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반기업들 사이에서도 제품의 차별성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차별성이란 기존 제품과는 다른 특징을 제공함으로써 가격 경쟁에서 보다 유리해지는 것을 말한다. 명품 패션이나 새로 출시된 애플 와치(Apple Watch)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이러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술이 발달하고 제품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고 검색이 쉬워지면서 단순한 기능 차이만으로는 제품의 차별성을 느끼게 하기 어려워졌다. 기능 추가를 하면 제조비용이 높아지게 되는데 추가 투자를 한 후에 얻을 수 있는 추가 매출은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핵심은 단순히 더 좋은 기능을 추가했다는 것이 아니고, 그 기능을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차별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패션 소매업체들이 판매하는 상품들을 조사해서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패션 스타일을 선별해주는 서비스의 경우 해당 소비자가 쇼핑몰 내에서 해당 패션 스타일을 판매하는 매장 앞을 지나갈 때 추천한다면 물건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또 자주 지나가는 길을 차로 운전해 갈 때 어떤 주유소의 휘발유가 가장 저렴하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면 운전자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즉 '데이터 분석 능력'이 '차별성'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남이 가지고 있지 않은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거나 만들어 내는 기업, 또는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차별적인 분석 능력으로 가치 있는 결과를 생산해내는 기업이 차별성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특정 기업이 그 데이터를 수집 또는 축적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경쟁력뿐만 아니라 독점성도 확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각 국의 이동통신사들은 개인의 통화 데이터와 위치 데이터라는 차별적인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것이 그들 경쟁력의 핵심이다. 통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이탈을 해결하는 방안을 만들 수 있다. 특정 연령층의 위치 데이터 자료는 소매업체들이 새로 열 매장의 위치선정과 운영시간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의 제1위 무선통신업체인 NTT도코모는 지방자치단체 및 대학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도시계획 분야에 지리적, 시간적 유동인구 및 거주 변화를 추적하여 주차장 같은 공공시설의 위치 선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국내의 경우 서울시가 운행하고 있는 심야 '올빼미 버스' 노선을 결정하는데 30억건에 달하는 KT의 통화량 데이터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2013년 구글이 10억불에 인수한 이스라엘 벤처기업 웨이즈(Waze)의 무료 내비게이션 앱이나 국내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는 앱사용자가 교통정보를 제공하는데 참여하는 방식이다. 앱 사용자수가 많아질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 즉, 두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자체 보유한 독보적이고 방대한 사용자들의 이동 속도와 위치정보에 있다.

누구나 수집할 수 있는 외부에 공개된 데이터 소스들을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기술이나 노하우를 가진 기업도 남보다 신속하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위에 언급한 독점적이거나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파트너를 통해 제공받은 데이터를 분석한다.

미국 LA의 온라인 기반 서브프라임 대출업체인 제스트파이낸스(ZestFinance)는 외부 데이터 제공업체들로부터 구매한 데이터와 대출 희망자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 신용도를 분석한다. 제스트파이낸스의 주고객군(일반 신용등급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 복잡하고 세분화된 데이터분석 시스템을 적용해 신용등급을 재평가함으로써 월급 대출(payday loan)이 가능한지를 결정한다. 보통 은행들은 40개 미만의 변수로 구성된 모델을 통해 개인 신용도를 평가하는데 비해 제스트파이낸스는 1만개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구축해 개인 신용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전통 신용평가 기준에서는 개인파산 경력은 단순히 부정적 요소로만 분석된다. 그러나 제스트파이낸스는 대출 신청자의 개인파산 후 경과 연수를 산출하고 그 동안 가계의 개선 현황을 분석해 대출 결정에 반영한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대출 신청자가 장기간 취업 상태가 아니거나 대출 상환 및 은행거래 내역 등의 기록이 없는 경우 대출하는데 매우 인색하다. 그러나 이들이 반드시 수익성이 없는 고객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존 방법으로 이들의 신용 상태를 평가하기 어려울 뿐이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 이들의 신용상태를 평가한다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제스트파이낸스 처럼 개인신용 데이터에 특화한 빅데이터 분석이다.

그럼, 국내 빅데이터 시장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법제도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모두 가입자 개인이 승낙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없는 opt-in 방식으로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개인정보 보호와 상업적 이용간의 균형을 추구해 개인이 거부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우호적인 제도로 인해 거대한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익명화된 데이터를 유료로 거래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조용히 데이터를 활용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에 유료로 판매를 한다. 세계적인 신용카드 네트워크인 마스터카드(Master Card)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 외에도 소유한 개인정보를 익명성 형태로 가공한 후 유료로 제공하는 회사들이 미국에는 꽤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개인정보 보호에 보수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부터 기업 등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익명화한 후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법규정을 만들어 빅데이터 관련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일본 내 교통 및 통신업체들은 빅데이터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익명화된 개인정보 조차 거래가 불법화 되어 있다. 결국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업 기회를 확장하고자 하는 핀테크 등 다수 국내 기업들이 성장하기에 매우 열악한 환경이다. 빅데이터는 이제 디지털경제의 중요한 기반산업으로 부상했다. 빅데이터 산업의 성장 없이는 디지털경제가 발전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이용법에 대한 정부당국의 혁신적인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