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한 전자투표제가 올해 본격 시행됐다. 전자투표제란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올해 도입업체가 크게 늘어나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주총 안건에 찬성 혹은 반대할 수 있는 디지털 주총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시행 결과는 어땠을까. 실제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세 가지 특징이 발견됐다.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 수에 비해 실제 주주들의 참여율은 저조했다는 점, 시가총액이 적은 기업일수록 시행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 업종의 도입 비율이 높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①주주 참여율은 저조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전자투표제도 도입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총 425사, 전자위임장 계약사는 총 358사다. 이 중 실제로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시스템을 이용한 12월 결산 법인은 총 338개. 지난해(8개)와 2013년(18개)보다 크게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신청 기업 수에 비해 실제로 주주들이 이용한 실적은 극히 미미했다.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식 수 기준으로 1.62%, 주주 수 기준으로는 0.24%에 그쳤다. 소액 주주 대부분이 전자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아직 소액 주주들에게 홍보가 잘 안 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상장사별 온라인 주주 게시판에는 전자투표 방법, 시간 등을 묻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소액 주주들은 단기 매매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주총회 참여율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와 별개로 주총 자체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것이다. 세계은행(WB)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9개월에 못 미친다. 이는 144개국 중 넷째로 짧은 수준이다.

②시가총액 적은 회사일수록 시행률 높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02개사(특수목적회사 제외) 중 전자투표제를 시행한 회사는 106사였다. 702개 상장사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소형주의 시행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대형주는 시행 비율이 5%에 불과했지만, 중형주는 15%, 소형주는 17% 수준이었다.

소형주는 소액 주주 비율이 높은데, 이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섀도보팅제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섀도보팅이란 의결정족수 미달을 방지하기 위해 예탁결제원이 실제 주총에서의 찬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해 부족한 정족수를 채워주는 제도다. 올해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을 이용한 업체 총 338개 중 314사가 섀도보팅을 요청했다.

③증권·금융사가 먼저 시행

업종별로 살펴보면 금융 및 보험 업종의 비율이 28.6%로 높았다. 이는 전체 평균 15.1%는 물론, 2위인 건설 업종(17.8%), 셋째로 높았던 도매 및 소매 업종(16.9%)과 비교해도 차이가 꽤 있다.

경남은행·JB금융지주·메리츠화재·KDB대우증권·현대증권 등 총 14개 금융 업체가 올해 전자투표를 시행했는데 이 중 9곳이 증권사였다. 대형 금융사와 비교하면 증권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어 섀도보팅 제도를 활용할 여지가 많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섀도보팅이 폐지될 예정이었다가 한시적으로 유예됐는데, 의결정족수가 안 되면 주주총회를 열기 어려워진다"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섀도보팅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주총 개최를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