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무선통신 분야에서 쌓은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결합상품 분야에서도 행사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학계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 경쟁법센터는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방향 세미나'를 열고, 최근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결합상품 판매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학계 관계자들은 "현재 이동통신 시장의 결합상품 판매 형태는 특정 사업자의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반경쟁적인 구조"라며 "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국내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직접 겨냥한 셈이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난해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가 보조금을 기반으로 한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유무선 결합상품 마케팅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번호이동 시장은 단통법 시행 전 일평균 2만1749건(2014년 1~9월)에서 1만5808건(2014년 10월~2015년 3월)으로 급감했다. 반면 결합상품 가입자 수는 2008년보다 7배 이상 증가해 1100만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문제는 이동통신 상품에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유선시장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는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통해 약 4년 만에 누적가입자 213만명, 점유율 11%를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은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지배력 전이 문제가 요금 이슈에 밀려 후순위였으나 경쟁 패러다임이 결합상품 중심으로 변한 만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이윤 구조의 쏠림 현상이 시장점유율 격차에 비해 훨씬 심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은 5:3:2 정도인데, 3사의 누적 초과이윤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2000~2013년 이동통신 3사의 누적 초과이윤은 SK텔레콤 21조7000억원, KT 1조6000억원, LG유플러스 -3조1000억원이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서비스의 전체 누적 초과이윤 23조원 가운데 93%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가 자신이 지배력을 가진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이 없던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규제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현재의 단품가격은 할인을 염두에 두고 높게 책정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진정한 가격할인이 아닌 '착시효과'일 수 있다"며 "결합이 곧 요금 할인이라는 일반적 상식이 경제학적으로 보면 오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명수 명지대 법과대 교수는 주요 선진국들이 결합상품 판매에 대한 사전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정부의 적극적인 접근을 촉구했다.
홍 교수는 "미국의 경우 통신시장에서 결합상품 판매를 사전적으로 금지한 뒤 업체간 경쟁 환경이 개선됐다고 판단되면 추후에 허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영국도 규제기관이 사전 및 사후 규제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