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펀드 자산 규모가 300억원 미만인 작은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의 '아주 작은' 중소형주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자산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펀드들이 대응하기 쉽지 않은 장세였다. 자산 규모가 3000억~4000억원 가량인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현대인베스트자산운용의 로우프라이스 펀드(자산 규모 1600억원)는 그 중에서도 수익률이 좋았다. 매번 수익률 상위 펀드에 올랐다. 고정훈 현대인베스트자산운용 매니저는 "'주가가 2만5000원에 못 미치는 종목을 펀드에 담자'는 투자 원칙 덕분에 펀드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특이하게 팀제로 운용되고 있다. 총 9명이 종목을 분석하고 논의한 끝에 투자를 한다. 고 매니저는 "종목을 선택할 때 거시 경제와 산업 분위기를 보고 종목을 정하는 '톱다운(top-down)' 형식으로 하는 운용사도 있지만, 우리는 철저히 종목부터 분석을 시작하는 '보텀 업(bottom-up)' 형식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오늘 인터뷰는 9명의 팀원을 대표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어떤 회사에 주로 투자하나?

"아주 특이한 일을 하는 회사를 좋아한다. 산성앨엔에스가 대표적이다. 골판지 회사가 화장품 사업도 한다고 해서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분석해보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아주 초창기에 투자했다. 수익률이 좋았다. 산성앨엔에스 말고도 특이한 회사를 찾아 헤매다 보니 작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종목들이 꽤 있다."

-특이한 회사라면?

"지스마트글로벌도 처음 봤을 때 특이했다. 강남파이낸스센터(GFC) 같은 도심 속 고층 빌딩에 옥외 광고를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판유리 사이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넣고 거기서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겉에서 보면 굉장히 화려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판유리를 '스마트글래스'라고 하는데 지스마트글로벌은 스마트글래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회사다. 요즘 건물 외벽 자체에 광고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그 추세에도 맞다고 생각했다.

인트론바이오는 연구 분야가 특이하다. 동물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항생제는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어서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약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알아보니 이쪽 분야를 연구하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이런 색다른 분야의 기술 개발을 하는 바이오 회사를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찾아볼 생각이다. 이제 화장품주보단 바이오주인 것 같다."

-화장품주보단 바이오주라니?

"화장품주 덕분에 펀드 수익률을 많이 올렸다. 산성앨엔에스는 정말 효자 종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다 팔았다. 요즘에도 화장품주에 투자하긴 하지만 그 비중은 과거보다 줄였다. 화장품주의 성장 속도가 과거 대비 더뎌질 것으로 본다. 요즘 화장품주는 좀 비싼 것 같다. 다른 유망 종목을 찾아야 할 때다. 개인적으로는 바이오주를 보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주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요즘 내추럴엔도텍도 그렇고.

"내추럴엔도텍은 사실 건강보조식품업체니까 바이오주라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는 국내 바이오주를 둘러싼 불신이 하나 둘씩 사라질 것으로 본다. 그 계기 중 하나가 바로 라이센스 아웃(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이 들어간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허가해주는 것)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일 것이다. 앞으로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해외 유명 제약사와 라이센스 아웃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이 괜찮은 곳이 참 많다. 기술적으로 봐도 괜찮은 수준이고,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알아주는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 내츄럴엔도텍 논란 이후 주가가 좀 빠졌는데, 제약바이오주는 이 틈을 타서 사도 괜찮다고 본다."

-바이오주 중에서도 아쉬운 종목이 있다면?

"한미약품이다. 기술개발(R&D)에 적극적인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성과도 좋다고 알고 있었는데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 정말 무섭게 올랐다. 그런 종목이 올해는 참 많다. 투자할까 생각하는데 주가 상승 속도가 다들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 특히 증권주와 화학주는 좀 아까웠다. 증권거래대금 동향을 여러 면에서 체크하고 증권사별 이익 전망 규모까지 분석이 끝났는데 주가가 워낙 올라서 투자하지 못했다. 화학주는 업종 단독으로만 투자하기엔 좀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고배당을 주는 화학주에 주로 투자했다. 배당주와 화학주를 연결시키지 말 걸 그랬다. 결과는 그리 썩 만족스럽지 않다."

-배당도 눈여겨보는가보다.

"배당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주식이 많이 올라서 살 게 없다고 하면 배당수익률을 노린 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배당주 펀드의 운용사를 모집할 정도로 배당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아지고, 국민연금이 배당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배당률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도 중소형주 장세가 좋을까?

"좋을 것이다. 연초에 코스피지수 2200, 코스닥지수 700을 이야기하면 기관투자자들이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스피지수 2050, 코스닥지수 600도 될까 말까라는 이야기가 되돌아왔다.

그런데 지금 연초 예상대로 거의 흘러가고 있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아서 주가가 뒷걸음질치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기준금리가 처음으로 1%대로 떨어졌다. 돈을 굴릴 때가 마땅치 않다.

이렇게 풍부한 시중자금은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에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형주는 주로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수출주 위주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산업이 어디 한 군데에서 삐끗하면 쉽지 않다. 그런데 중소형주는 아무래도 전방 산업에 귀속되지 않는다. 중소형주 대부분이 내수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내수주의 시장이 중국, 동남아 등지로 넓어졌다. 소비자의 선택만 받으면 판매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대형주보다 오히려 성장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중소형주의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정말 종목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을 하고 투자해야 한다. 지금은 전반적으로 주식이 오른 상태다. 이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려면 지금보다 50~100% 정도 더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종목을 사야 실패하지 않는다. 지금 사서 20~30% 정도 수익을 보고 빠져나오겠다고 생각하면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손해를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