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7일 한 유아용품 회사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회사 매출은 자꾸 줄어드는데 탈출구가 없어 걱정이라 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며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합니다. 2014년 영업손실이 28억원으로 1999년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더군요. 2013년 영업이익은 2012년보다 70%나 줄었습니다.

이 회사뿐 아닙니다. 저출산은 국내 유아용품업체에 치명적인 타격이 됐습니다. ‘국민 유아복’으로 불렸던 아가방 브랜드는 지난해 12월 중국 랑시그룹에 팔렸습니다. 32년 역사를 가졌던 유아복 업체 베비라는 파산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한 때 아가방과 맞먹던 해피랜드는 요즘 유아복보다는 골프 브랜드와 여성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아용품 업체들의 어려움은 출산율 저하에 기인합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은 2001년 이후 13년째 출산율이 1.3명 미만인 ‘초저출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자연히 유아용품 시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출산율 저하는 아기를 낳은 여성이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려운 환경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맞벌이가 일상화된 요즘이지만 어린 아기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마음 편히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해 아기를 한 두 살 때까지 직접 돌본다 하지만, 아이가 서너살 됐다고 엄마의 손길이 덜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 여성이 누구나 ‘수퍼맘’이 되어 일과 육아 둘다 잘하기 쉽지 않지요.

세제 혜택도 미흡합니다. 지난해말 세제개편으로 미혼자에 대한 공제가 줄었지만, 역으로 기혼자나 한자녀 가정 등에 대한 혜택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기혼자에 대한 세금지원 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낳을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 입니다.

출산율 저하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출산율 저하라는 ‘악재’는 국내 유아용품 업체가 피할 수 없는 난관인 듯 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유아용품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3월 25일 서울 종로 나인트리컨벤션 광화문에서 열린 ‘2015 유통산업 포럼’에서 베인앤컴퍼니의 송지혜 파트너는 국내 유통산업이 제한된 국내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경제발전에 따라 고성장이 예상되는 성장시장을 선점하라”고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개인소득이 5000달러 미만의 국가에서 공산품이 잘 팔리다가 5000달러가 넘어가면 ‘퍼스널케어(personal care)’ 같은 분야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과거를 버리고 무엇인가 자신만을 위한, 자기 가족을 위한 소비를 찾는 다는 말이겠지요.

가깝게는 중국이 그렇습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식에게 먹이기 위해 한국산 최고급 분유를 몇상자씩 사가고 한국 화장품을 싹쓸이 하는 것처럼 개인적인 소비 욕구가 발현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나 이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들은 이런 중국인을 대상으로 알리바바 쇼핑몰에 국산 김, 화장품, 분유 등 생필품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유아용품 업체 중에서는 이미 이런 시장환경 변화를 읽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곳이 꽤 있습니다. 매일유업의 제로투세븐은 ‘알로앤루’ ‘섀르반’ 등 브랜드를 중국에 선보였습니다. 중국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이랜드는 ‘이랜드 키즈’와 ‘포인포’ 등 유아복 사업 강화에 나섰습니다. 한세실업은 ‘모이몰른’이라는 유아복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선보였지요.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1가구 1자녀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면서 중국 유아용품 시장은 2018년쯤 되면 1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앞서 말한 유아용품 업체 회장은 프랑스의 유아용품 브랜드 ‘압소바’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저출산으로 인한 매출 감소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압소바 관계자는 그에게 “한국 시장에만 안주하지 말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라 ”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프랑스도 한국 못잖은 저출산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압소바는 저출산으로 국내시장 규모가 줄어들자 한국 등 50여개국으로 판로를 넓여 세계적인 유아복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두바이도 진출했다고 합니다.

유아용품 업계 종사자 여러분. 이미 저출산으로 인한 시장 감소는 불가피합니다. 대신 우리 눈앞에는 얼마로 커질지 모르는 거대 시장이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한숨만 쉬지 마시고 세계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