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오남훈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매니저(사진)를 ‘청개구리 매니저’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오 매니저는 애널리스트가 사라는 종목에 투자하지 않는 독특한 투자방식을 가지고 있다. 오 매니저는 “애널리스트들한테 전화가 와도 그냥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의 주가 전망과 분석을 듣는 대신, 다른 펀드매니저들과 함께 종목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늘렸다. 함께 펀드를 운용하는 이하윤 매니저와 김예리 매니저와 의견 조율까지 거치면 투자 종목이 확정된다. 단, 여기에도 조건이 있다. 직접 탐방을 가본 회사에 한해서 투자에 나선다.

정석과도 같은 투자법을 고수하고 있어서인지 다른 중소형주 펀드와는 포트폴리오가 좀 달랐다. 올 들어 펀드수익률은 28%로 높은 편인데 투자 비중이 큰 10개 종목에 화장품주가 없었다. 공개된 투자 종목을 두고 중소형주 종목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해봤다.

-다른 중소형주 펀드와 포트폴리오가 좀 다르다. 화장품주가 없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비중으로 화장품주에 투자해서 집계에 안 나온 것도 있고,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에 투자를 했으니 화장품주를 안 담았다고 할 순 없다.”

-아모레퍼시픽 말고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담은 이유가 있나?

“아모레퍼시픽은 시가총액이 크다. 대형주다. 하지만 우선주는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의 10분의 1정도다. 그렇다고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중소형주라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일단 중소형주 펀드의 투자 컨셉에 잘 맞다고 생각했다.

잘 찾아보면 보통주는 대형주인데 우선주는 중소형주에 속하는 종목들이 꽤 많다. 게다가 최근 우선주가 보통주에 비해 덜 오르면서 가격 메리트가 있는 종목들이 꽤 있다. 배당수익률이 1% 정도 나오면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소비재, 내수 관련 우선주를 좋아한다. 이런 업체들은 투자에 많이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버는 이익 만큼을 주주에게 환원해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 평소에는 어디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하나?

“내수 시장을 완벽히 장악하고, 해외로 진출을 꾀하는 업체들에 투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단 내수 점유율이 아주 높거나, 아니면 브랜드 파워가 좋은 회사들을 본다. 일본의 간장 브랜드 기코만 같은 회사를 좋아한다. 이 회사는 세계 100여국에서 팔린다. 식품기업은 내수기업일 수 밖에 없다는 편견을 깬 회사다.

한국에도 이런 회사가 여럿 있다. 동원F&B가 대표적이다. 참치캔을 만드는 회사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74% 정도다. 앞으로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옆에 중국이라는 큰 소비 시장을 끼고 있어서 기회가 많다. 기코만 같은 회사가 의류에서 나올 수도 있고 음식료에서 나올 수도 있고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될 수 있다.”

-그런데 공개된 포트폴리오엔 소비주가 많지 않다. 요즘에 특히 눈여겨보는 투자 테마는 좀 다른가보다.

“요즘엔 자산 가치가 높은 주식,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주식에 돈을 많이 넣었다. 예전엔 자산 가치가 높은 주식을 찾고 싶을 때 무조건 부동산을 많이 가진 회사부터 보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주회사 전환이 늘어나면서 중소형 지주사가 늘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앞으로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투자자들이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아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도 찾고 있다. 당장 실적이 좀 안 좋더라도 꾸준히 탐방을 가고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언제 실적이 좋아질지 가늠해보고 시기를 맞춰서 투자에 나서면 수익률이 좋았다.”

-공개된 포트폴리오 중에 그렇게 투자한 종목이 있을까?

“현대리바트가 그랬다. 브랜드 파워가 살아있는 회사인데도 사업 환경이 힘들어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사업 환경이 좋아지니 실적도 확 좋아졌다. 최근 3년새 주당 순이익이 확 좋아졌다. 2~3년 전엔 주당 순이익이 200~300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엔 1000원을 넘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할 때도 비슷한 컨셉으로 접근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상품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파생상품은 오는 6월로 거의 모두 만기를 맞는다. 이 문제만 사라지면 재무구조가 좋아질 것이라고 봤다. 그 외 현대엘리베이터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시장 점유율도 높은 편이고. 예상대로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다.”

-‘사지 말걸’ 후회하는 종목은 있나?

“모바일게임사 데브시스터스. 게임 ‘쿠키런’을 가진 회사기에 담았다. 캐릭터도 귀여우니까 여러모로 상품들이 확장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 이미 비슷한 게임이 있었다. 여러 이유로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손해를 보고 팔았다. 아픈 종목이다.”

-반대로 ‘잘 샀다’ 싶은 종목은?

“시스템통합(SI)업체 아이티센. 삼성SDS 같은 회사인데 중견 회사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받으면서 회사가 좋아졌다. 상당히 일찍부터 사둔 종목이라 수익률이 특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