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르고 떨어지던 시장금리가 갑자기 상승 반전하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든 데다 유럽 등에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까지 가세해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초 연 2.068%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6일 2.569%까지 올랐다. 갑작스러운 상황 반전으로 '금리 하락'에 베팅했던 금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채권 투자로 재미를 봤던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날 주식시장에서 증권업 지수는 8% 폭락했다.
◇채권시장 뒤흔든 MBS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국공채 등 우량 채권이 발행되면 나오는 족족 시장에서 물량이 소화됐다. 금리가 계속 내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한순간에 반전된 것은 지난달 17일. 주금공이 입찰에 부친 2조2400억원 규모의 MBS 중 91%인 2조300억원어치가 미(未)매각되면서부터다.
주금공은 5년 만기 MBS를 1.99% 금리에 내놨는데, 이달부터 나올 '안심전환대출 MBS'를 의무적으로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채권시장 큰손인 은행이 입찰에 소극적 반응을 보이면서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입찰에 부쳐진 MBS는 우리나라 전체 채권시장 규모 600조원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로 채권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 현상이 벌어졌다.
주금공이 이달부터 발행할 안심전환대출 MBS도 투자자들의 관망세를 부추겨 채권 가격 하락(금리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2.6%짜리 고정금리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큰 인기를 끌면서 지난 3~4월 34조원어치가 팔려나갔는데, 주금공은 이 대출을 모두 올해 안에 MBS로 유동화할 계획이다. 안심전환대출 MBS는 대부분 은행이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돼 있어 당장 시장에 풀리는 물량 자체는 많지 않다.
하지만 MBS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위험 분산)하려면 은행이 장기 채권을 팔고 단기 채권을 살 것이라는 전망에 특히 장기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리 흐름이 갑자기 상승으로 바뀐 데는 다른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김은기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 MBS는 시장에 풀리지 않기 때문에 금리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된 것이 금리 상승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3년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1.75%) 이하로 떨어질 만큼 과열됐던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미국과 독일, 호주 등 해외 채권금리의 상승도 국내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8일 안심전환대출 MBS 입찰에 관심
안심전환대출 MBS는 첫 매각분 3조500억원어치가 8일 입찰에 부쳐진다. 그 결과에 따라 채권금리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 신흥섭 연구원은 "앞으로 발행될 물량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입찰 초기에는 기관들의 눈치 보기로 인해 금리가 단기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증권사들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금리 하락에 베팅해 적극적으로 채권을 운용한 덕분에 올해 1분기 대규모 흑자를 냈다. 또 상반기 중 추가 금리 하락을 예상했던 곳이 많아 2분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2% 중반에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주금공도 조달 금리가 높아져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금리 인상은 주식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도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3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1.681%까지 떨어졌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1.969%까지 올라 금리 인하 시점 이전으로 돌아갔다. 신흥섭 연구원은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던 금리가 정상화된 수준이어서 아직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남아 있어 3년물 국고채 기준으로 2%를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MBS)
금융기관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뒤,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증권. 금융기관 입장에서 장기 대출로 묶인 자산을 이른 시간에 현금화(유동화)하기 위해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