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철관은 상·하수도용 주철관과 강관 등을 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지난 1969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도 어렵고, 수출을 통한 큰 이익도 보지 못하는 업종에 속한 탓에 상장 이후 40여년간 주가도 큰 변동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790원까지 떨어졌던 한국주철관 주가는 이듬해 간신히 4000원대로 회복된 뒤 올 초까지 줄곧 4000~6000원선에서 움직였다.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르지도 않았고, 크게 떨어지지도 않은 채 꾸준히 평행선에 가까운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올 초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2월 초까지 50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연일 큰 폭으로 뛰면서 한 달만에 1만원을 뚫더니, 또다시 한 달만에 재차 두 배 가까이 오르며 2만원선에 근접했다. 최근 주가가 조정을 받으며 4일 1만6000원으로 마감했지만, 올들어 한국주철관의 주가 상승률은 220%에 이른다.
상장된 지 45년간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던 한국주철관의 주가가 불과 넉 달만에 두 배가 넘게 뛴 이유는 바로 자회사로 둔 화장품업체인 '엔프라니'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크게 늘고, 아모레퍼시픽(090430)을 포함한 화장품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한국주철관도 '숨은 화장품주'로 부각돼 주가가 크게 뛴 것이다.
◆ 모기업 실적 부진 만회한 엔프라니의 '돼지코팩' 성공
한국주철관은 지난 2002년 CJ로부터 엔프라니를 인수했다. 2010년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현재 엔프라니 전체 주식의 52%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주철관이 화장품업체에 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주력사업의 업황 악화와 실적 부진 때문이었다. 한국주철관의 주력은 상·하수도용 주철관과 소재관련 주물을 생산하는 주철관 사업과 아연도금라인을 이용한 건설 부자재를 만드는 강관 사업인데, 두 사업 모두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2012년 이후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화장품 사업의 실적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2009년 이후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던 엔프라니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28% 증가한 80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말부터 일명 '돼지코팩'으로 불리는 '피그노즈 클리어 블랙헤드 3종 키트' 코팩이 입소문을 타고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엔프라니는 시판 브랜드인 엔프라니와 원브랜드숍인 홀리카홀리카 등 두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대 히트상품인 돼지코팩은 홀리카홀리카에서 판매된다. 최근에는 '몽키립팩'과 '알로에젤' 등의 판매량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 판매채널 확대로 성장세 지속…브랜드 충성심 유지가 관건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2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던 한국주철관이 올해는 3207억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이 지난해보다 3.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개선을 이끄는 사업은 역시 화장품이다. 주철관과 강관의 경우 매출 규모가 각각 1%, 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화장품은 19.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화장품 사업의 실적이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주철관 역시 수익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올리브영 등 유통업체들과 손잡고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는 한편 중국 판매 확대를 위해 온라인 쇼핑채널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돼지코팩 등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주력 제품들의 뒤를 이을 추가 히트 상품이 나오지 못할 경우 엔프라니와 모기업인 한국주철관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엔프라니의 최근 고성장은 긍정적이지만, 특정 상품에 제한된 판매 실적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실적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기 위해서는 히트상품들의 이미지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끌어 내는 과정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