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엘티의 협력사 아이카이스트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던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케이엘티가 올들어 250% 이상 오르며 급등세를 타고 있다. 전방산업인 LCD 디스플레이 업황이 악화되면서 회사가 휘청이자, 최근 교육사업을 추진하며 재기에 나선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케이엘티가 올초 200원대까지 떨어졌던 탓에 저가 매력이 부각돼 개인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규 사업 기대감에다 싼맛에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주가는 고공 행진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과 재무 상태가 좋지 않고, '동전주'로 분류될 만큼 주가가 낮아 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폭이 크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최대주주 변경 후 주가 꿈틀

케이엘티(옛 유비프리시젼)의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30일 부터다. 전날 260원이던 주가가 이날부터 상한가 두번을 포함, 5일 연속 오른 것이다.

주가 상승의 배경은 최대주주 변경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014년 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안동준 대표이사가 기존 최대주주인 LB인베스트먼트와 지분 양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올들어 케이엘티 주가 추이

케이엘티는 2월 4일 기존 최대주주인 LB제미니신성장펀드16호가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식 487만3094주(10.75%)를 안동준 대표이사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분 인수 대금은 17억3300만원. 안 대표는 12월말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입성한 후 한달여 만에 대표이사가 됐고, 그로부터 한달 후 최대주주 지위까지 획득했다.

최대주주 변경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는 더 가파르게 올랐고 3월 말엔 1000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신규 사업 이슈가 등장하며 상승세에 불을 질렀다. 3월 31일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교육콘텐츠사업, 정보기술기기 제조 판매 등이 신규 사업 목적으로 추가된 것이다.

안 대표는 이후 4월 10일 제3자배정 형식의 유상증자로 회사에 12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의 추가 투자 소식에 21일 주가는 2000원까지 상승했다. 1월 23일 231원이었던 주가가 석 달여 만에 10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5월 4일 종가(1455원) 기준으로는 올들어 258% 상승했다.

◆ 2005년 코스닥 우회 상장..LCD 업황 악화로 타격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최대주주 변경, 신사업 추진 소식에 이렇게 주가가 오른 것일까. 케이엘티의 전신인 유비프리시젼은 나름대로 코스닥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업체였다.

유비프리시젼은 1990년 5월 1일 설립된 세안아이티와 2000년 3월15일 설립된 주식회사 솔트론이 2005년 5월에 합병한 회사다. 이 업체들이 증시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 2002년 상장한 세안아이티를 2005년에 솔트론이 흡수합병하며 우회상장한 것이다. 주력 사업은 반도체·LCD 검사장치 제조 및 판매다. 지난해 매출의 64.2%가 LCD 표면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프루브 스테이션(Probe Station), 나머지 35.8%가 LCD 패널의 해상도와 휘도를 검사하는 프루브 유닛(Probe Unit)에서 나왔다.

케이엘티의 주요 제품 프루브 스테이션(Probe Station).

2007년에 중소기업청이 지정한 '혁신기업(INNO-BIZ)' 업체로 선정되고, 2011년엔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LCD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회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 경영진의 배임·횡령 문제까지 터졌다. 결국 지난해는 상장폐지 여부를 가리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고, 7개월여 동안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동종업계 상장사인 태산엘시디가 상장폐지된 것도 지난해였다. 회사를 살리려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케이엘티가 지난해말 영화 제작사 팝콘에프앤엠과 콘텐츠 유통회사인 유이케이를 인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회사측 기대와 달리 별다른 인수 효과는 없었다. 유이케이는 소니 픽쳐스, 유니버설 등 해외 메이저 영화 배급사들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DVD, 블루레이를 유통하는 업체인데, 최근 DVD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팝콘에프앤엠 역시 최근 제작한 영화 '오늘의 연애'가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 구원투수로 등판한 아이카이스트… 우려는 여전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아이카이스트다. 지난해 말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안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이 교육사업인데, 핵심 협력사가 아이카이스트라는 점이 최근 알려진 것이다.

이와 관련, 케이엘티는 지난 15일 "아이카이스트의 2015년 수요처와 협약 및 계획된 터치테이블 물량 등에 대한 생산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케이엘티라는 사명도 아이팩토리로 변경할 예정이다.

아이카이스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자회사로, 과학적 아이디어를 적용한 교육 컨설팅 및 IT디바이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다. 전자 칠판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교육솔루션 '스마트스쿨'이 세종시 전 학교에 적용됐으며, 해외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이카이스트와 협력한다고 해도 아직 실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케이엘티는 현재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한 스몰캡 애널리스는 "LG디스플레이 등에 제품을 납품하던 케이엘티가 아이카이스트와 생산협력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실적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현재 주가 급등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