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사는 지난 1976년 설립 이후 다이어리 분야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봄이면 각종 문구점, 서점마다 '양지 다이어리'라는 판매대를 따로 구성할 정도다.
아날로그 감성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 이미지와는 다르게 올 들어 양지사(030960)의 주가는 349.87% 상승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2월 단기과열완화장치가 발동돼 거래가 제한되기도 했지만, 상승세를 멈추지는 못했다.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절반이 넘게 감소했는데 주가만 나홀로 상승한 것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양지사가 '품절주 테마주'로 분류돼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품절주란 무엇이고, 양지사의 주가는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 '양지 다이어리'로 명성…실적으론 주가 상승 설명 안돼
양지사는 다이어리 전문 업체다. 2014년 회계연도 기준(지난해 6월말) 467억2100만원 매출 중 인쇄 및 제조 부문 비중이 94.94%, 부동산 임대 부문이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6.28%였고, 지난 2013년에는 40.38%였다. 2010년대 초반에는 50%에 육박하기도 했었다. 양지사 관계자는 "호주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국가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면서 "다이어리 제품의 특성상 비수기가 긴 편인데, 수출이 공장 가동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자인제품연구소를 설립했다.
출판·인쇄 업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지사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 2000년대 후반 매 년 4000만부를 넘기던 수첩 및 다이어리류 생산 실적은 3000만부대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2909만9100부로 전년보다 9.9%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결산법인인 양지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억8000만원으로 전년대비 55.6% 감소했다.
양지사 관계자는 "국내 인쇄업계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수출에서 살 길을 찾아야 하지만 수출단가하락·환율의 급등락 등의 악재가 많다"면서 "양지사는 수출이 매출의 30~40%를 차지하고 있어 양호하지만, 국내 인쇄업계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고 국내 인쇄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가격제한폭 확대 정책 앞두고 '품절주' 인기
품절주란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높아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주식을 말한다. 유통물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이 조금만 주식을 사고 팔아도 주가 변동폭이 커진다.
품절주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가 오는 6월부터 가격제한폭을 기존 15%에서 30%로 확대하는데, 이 경우 품절주로 분류된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신라섬유, 이화산업, 국일제지 등이 품절주 테마로 묶여 올 들어 크게 상승한 종목이다.
양지사의 발행주식은 약 1600만주인데 이 중 75.53%가 오너일가의 주식이고 자사주가 14.04%다. 일반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은 10.43%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품절주'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 '경영권 분쟁' 소문도
일각에서는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돌았고, 이 때문에 양지사 주가가 오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양지사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이배구 회장으로, 지분율이 40.49%에 달한다. 첫째 아들인 이진씨의 지분율은 21.07%이고 둘째 아들이자 양지사의 사장인 이현씨는 13.97%다.
둘째인 이현씨가 형보다 보유지분은 적지만 양지사의 사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경영권 분쟁 소문의 근거가 됐다. 이 대표는 지난 2012년 형으로부터 사장 자리를 물려받은 후 2013년 8월까지 장외거래 등을 통해 지분을 조금씩 늘렸다.
그러나 유통주식이 전체 주식의 10%에 지나지 않아 이 사장이 더 이상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형의 보유주식 지분율 차이는 8.1%인데, 유통주식이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 주식을 더 사들일 여력이 없는 것이다.
◆ 무턱대고 품절주 투자하면 '낭패' 볼수도
일각에서는 양지사의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절주는 다른 종목보다 상승폭도 클 수 있지만, 실적 악화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하락폭도 그만큼 크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품절주가 쉽게 오를 수도 있지만, 반면에 쉽게 하락할 수도 있다"면서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품절주에 투자했다가는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품절주는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아 다른 종목보다 작전 세력에 의해 주가 변동이 쉬울 수 있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