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한진(30·가명)씨는 지난해 중순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 지역 아파트를 알아봤다. 줄곧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살았고, 직장 또한 서울 인근이었기 서울에서 집을 구하길 바랐지만, 목동 인근 아파트 시세는 전용면적 70㎡ 미만 전세라도 2억7000만원이 넘었다. 가능한 은행 대출을 모두 얹고, 부모님께 손을 벌려봐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결국 서씨는 지난해 9월 2억1500만원을 주고 서울에서 벗어나 경기 성남시 정자동 한솔5단지 전용면적 74㎡ 전세 아파트에서 첫 둥지를 틀기로 결정했다. 직장까지 2시간 가까이 걸리는 불편한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서씨로선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 서울에서 경기·인천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집을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서울과 그 외 지역 전셋값이 수천만원 이상 차이가 나다 보니 형편상 경기와 인천 등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4일 기준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3.3㎡ 당 평균 전셋값은 2013년 3월 881만원이었지만 올 3월 1091만원으로 24% 뛰었다. KB부동산알리지에 나온 자료를 보면 서씨가 고민했던 아파트 중 하나인 서울 양천구 목동 3단지 전용면적 64.98㎡아파트는 이미 지난해 7월 전셋값이 2억6000만원을 넘어섰고, 이후 6000만원 이상 올라 올해 4월엔 3억2500만원에 달했다.
서울의 전세금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대체재인 경기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서울보다 더 많이 늘었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 3월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2만1933건이었지만, 올해 3월 2만9483건을 기록해 34%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2053건에서 1만5689건으로 30% 늘었다. 인천 아파트 거래량도 4992건에서 6447건으로 29% 증가했다.
이 때문에 한 가구 내 거주인원이 늘어나는 등 주거 상황이 갑작스럽게 바뀌면 서울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취업준비생 신민경(26)씨 사례가 딱 그렇다. 신씨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전용면적 14.87㎡ 원룸에서 전세를 살았지만 동생과 함께 살기로 하면서 올해 2월 4500만원을 주고 경기 의정부에 있는 전용면적 34.71㎡ 원룸을 전세로 이사했다.
신씨는 "지난해 말부터 동생과 살기로 하면서 기존 면적보다 넓은 집을 구해야 했지만, 전세가가 1억원이 훌쩍 넘어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면서 "취업 준비 학원이 있는 종로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동생과 함께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강남에서 강북으로
서울 안에서도 집값 편차가 커지면서 서울 중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사례도 있다. 서초, 송파, 강남 등 강남 3구와 강동구의 전세금이 재건축 호재에 더해 급등하면서 전세난에 시달리느니 서울 외곽 지역의 자가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안영효(36·가명)씨는 2년 전 2억5000만원에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올해 초 집주인으로부터 "재계약을 하려면 전세금을 5000만원 이상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세난에 지친 안씨는 강북에서 자가로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시세를 알아보고 있다.
안씨는 "강남 지역이 출퇴근이 편하고, 편의시설이 잘 돼 있어 살기에 좋았지만 가격 부담이 지나치게 컸다"며 "앞으로 이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생각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차라리 내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주거비 부담 적은 전셋값 급등 탓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들이 급증하면서, 매매나 월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세의 가격이 크게 뛴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의 월세화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특히 전용면적이 작은 아파트일수록 가격 상승폭이 더 뛰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큰 서민들이 중심 지역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한번 전세가 월세로 전환된 이후에는 다시 이전의 임대형태로 돌아가지 않는 만큼,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은 "서울 중심 지역의 주거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임대 관련 규제를 손질하는 등 주택시장에 전세를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