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로 진행된 투자설명회(IR)라 꽤 긴장이 됐어요. 서울시 청년창업 챌린지 1000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받았는데, 창업플러스센터 입주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온라인으로 신청해 입어본 뒤 구매할 수 있는 '피팅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IR 중 날카로운 질문도 있었고, 신진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올려보면 어떻겠냐는 좋은 제안도 받았습니다.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 꼭 입주하고 싶네요(웃음)."
"시간이 조금 짧아 아쉽긴 했지만, 심사위원분들이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구로에 있는 서울벤처인큐베이터에 입주해 일한 적이 있는데,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 중 아는 업체도 있고 공간 인프라도 좋아서 참가했습니다."
지난 4월 30일 오후 2시.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대표들의 IR 이 펼쳐졌다. IR 결과에 따라 센터 입주 여부가 가려지는 상황.
한 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IR이 끝나자 숨돌릴 틈도 없이 자체 평가가 이어졌다. 이들은 곧바로 1층 로비에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서울청년창업플러스센터는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창업지원기관이다. 강북청년창업센터, 강남청년창업센터를 포함해 총 3개의 센터가 있는데, 이곳은 스타트업의 업그레이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초기투자를 받았거나 한단계 더 성장이 필요한 업체를 선별해 무료로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후속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날 진행된 IR도 같은 맥락이다. IR에 참가한 와이디어(YDEA), 뷰리플(viewreple) 등은 이미 초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다. 매월 실시하는 IR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입주 자격을 얻고 투자역량 강화 교육 및 맞춤형 멘토링 등을 받을 수 있다. 심사위원으로는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등 민간투자자가 참여한다.
◆ 공공기관형 액셀러레이팅
청년창업플러스센터는 공공기관형 액셀러레이팅(투자 및 보육)을 지향하고 있다. 강북·강남 센터의 경우 극초기 기업 선발 및 지원 활동을 하고, 플러스센터는 한단계 성장한 기업들의 투자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월엔 센터 1~2층에 '서울창업투자지원센터'를 별도로 개설했다. 3~5층엔 강북·강남 센터의 지원 기간이 끝난 업체들 중 선별된 우수 졸업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 곳에서 진행되는 투자지원의 핵심은 민간과의 협업이다. 공공기관이 좋은 스타트업을 선별하는 것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T.I.(Technological Incubator)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민간이 투자한 기업에 매칭해 투자 지원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4개 민간 투자사가 선별한 업체를 입주시키고 있는데, 향후 협력 민간 투자업체를 더 늘릴 계획이다.
무료 입주 외에 기업 역량강화, 홍보 및 마케팅 지원도 하고 있다. 투자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벤처캐피털 및 엔젤투자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격주로 입주기업 소식을 전하는 잡지도 발행하고 있다. 서울시 예산을 활용해 입주 기업을 알리는 광고를 내기도 한다.
올해 하반기 조성될 예정인 서울시 창업투자펀드가 센터 입주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펀드를 서울시가 만들면 펀드 운용사를 따로 선정해 투자를 진행하게 되는데, 서울시 창업센터 입주기업들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주기업의 편의를 위해 택배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박원익 기자
창업플러스센터와 협업하는 민간 투자업체 입장에서도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최대 1년 동안 투자한 회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년창업플러스센터의 총면적은 8805제곱미터로, 5층 건물로 이뤄져 있다.
◆ 후속 투자 지원에 포커스
실제로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 입주한 뒤 후속 투자 유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브라더스엔젤클럽의 투자를 받고 센터에 입주한 랭크웨이브가 그 주인공이다.
랭크웨이브는 올해 3월 센터에 입주했는데, 입주 직전 KDB캐피탈로부터 시리즈 A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후속 투자인 '브릿지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조건에 두 군데 벤처캐피털이 함께 투자하는 클럽딜 형식으로 투자심의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랭크웨이브는 2012년 SK컴즈 출신 인력 8명이 뜻을 모아 창고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특정 앱에 사용자가 얼마나 머물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분석하는 툴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의 행동 패턴도 분석할 수 있다. 3년여만에 브릿지 투자 유치를 앞둔 회사가 된 것이다. 현재 직원 수는 총 13명이다.
심성화 랭크웨이브 대표는 "법인을 설립하려고 했더니 사무실 임대차 계약이 있어야 회사를 만들 수 있더라"며 "소호 사무실의 경우 1년 선계약을 해야하고 직원이 늘어나면 안되는 등 여러 제약이 많아 다른 방법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걱정 없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고 투자 관련 프로그램도 많아 후속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다수 벤처 기업들은 외부와의 교류가 많지 않고 직원도 적어 다양성에 한계가 있다"며 "이곳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활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입주 업체들끼리 협업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 입주해 있는 다른 스타트업인 오마이브랜드가 랭크웨이브의 서비스를 사용하기로 했고, 게임 업체인 바이닐랩과 유저 분석과 관련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 임재규 센터장 "건전한 벤처 투자환경 만들 것"
임재규 서울청년창업플러스센터장은 건전한 투자환경을 만드는 것이 센터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창업투자지원센터를 개소한만큼 벤처 투자 지원과 투자 정보 제공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임 센터장은 "투자기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사기를 당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며 "투자사들은 투자할 기업이 없다고 하고, 스타트업들은 투자 받을 곳이 없다고 하는 엇박자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투자 정보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라며 "스타트업이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투자 유치 관련 교육도 분기마다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이어 "센터와 협업하는 투자사도 늘려 궁극적으로는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최근 투자사들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한데, 저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여러 투자자들과 협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