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철강재와 반도체는 1977년부터 수출 품목 10위권에 들었다. 정부에서 중화학 장치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이룩한 업적이었다. 두 산업은 이후 한 번도 10위권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 올해까지 37년간 주요 수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식으로 석유 제품은 30년, 자동차는 28년째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꼽혀왔다. 이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마다 주력 산업으로 떠오른 평균 연수는 올해로 22년이나 된다.
기존 주력 산업이 노쇠화 기미를 보이면서 최근 한국 산업계가 신성장 산업을 찾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기존 주력 산업에 신성장 산업이 더해져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재계 신성장의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 'IT와 제조업과의 융합'이다. IT와 의학·바이오와의 융합, IT와 자동차와의 융합,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솔루션 등을 말한다.
◇국내 IT기업, 자동차 부품 산업 진출 활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IT와 의학·바이오를 융합한 스마트 헬스 사업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3월 27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만찬에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 사업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삼성은 올해 스마트헬스·스마트홈 등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신사업 본격 추진과 함께 ▲기존 주력 사업 차별적 경쟁력 강화▲신흥 시장 우위▲B2B 시장 성장 등을 중점 추진 계획으로 수립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개발뿐 아니라 첨단 IT가 들어가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량 전방에 장착된 레이더 센서로 선행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시켜주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이 대표적이다. SK는 ICT 기반의 솔루션 개발에 대대적으로 나섰으며 LG는 에너지솔루션과 친환경자동차 부품 등 투 톱을 성장 산업으로 내세웠다. 특히 LG전자는 글로벌 완성차인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 벤츠 등에 스마트카 부품을 공급하는 성과를 내며, 스마트카 시대의 핵심 부품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IT 기업의 자동차 관련 부품 산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도 첨단 제조업으로
첨단 제조업 기반에서 미래 성장을 찾는 사례는 다국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이달 초 금융 서비스 사업을 완전히 떼내기로 하고 제조업에 집중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300억달러에 이르는 부동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265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웰스파고에 매각한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임자인 잭 웰치의 유산인 금융 부문을 포기하는 대신 GE를 제조업 기반으로 더 높은 수익성을 올리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최첨단 비행기 엔진, 파워터빈, 의료 장비 등을 말한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E에서 말하는 첨단 제조업은 단순 제조가 아니라 IT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말한다"며 "GE의 결단은 새로운 산업 물결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