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고전하던 일본차 브랜드가 저유가와 엔저(円低)를 등에 업고 고속 질주하고 있다.

일본차는 작년까지만 해도 유럽 수입차 브랜드에 번번이 패퇴했다. 고연비(高燃比)의 상징인 디젤차 개발이 늦어진 데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해 유럽 자동차들에 가격 경쟁력도 밀렸다. 하지만 유가가 작년 10월 말 100달러(두바이유 기준) 수준에서 최근 65달러선으로 하락한 데 이어 엔화 가치도 연일 급락하자 상황이 역전됐다. 일본차가 특유의 정숙한 승차감과 2011년 대비 10% 이상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품질+가격 경쟁력으로 약진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28일 "올해 1분기 일본 브랜드의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증가율은 38.2%로 유럽 브랜드의 판매 증가율(32.2%)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브랜드별 판매 증가율은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 닛산 등이 모두 수입차 평균 판매 증가율(32.7%)을 웃돌았다. 특히 지난달 가솔린차 판매 10위권 내에는 1위 도요타 캠리, 3위 혼다 어코드 2.4 등 일본차 브랜드가 절반을 차지했다.

일본차가 선전(善戰)하는 최고 원동력은 가격 경쟁력이다. 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잇따라 신차를 출시하면서도 가격은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했다. 신차를 출시할 때는 옵션 추가 등의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엔저 덕분에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혼다가 올 2월 출시한 대형 세단 '레전드'의 가격은 6480만원이다. 엔고(高)이던 2011년 7250만원에 판매됐던 것을 감안하면 800만원의 인하 효과를 본 셈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레전드는 일본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하기 때문에 엔저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혼다는 작년 말 주력 차종인 어코드와 CR-V 등의 신차를 발표하며 가격을 모두 동결했다.

도요타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올 뉴 캠리' 가격도 3390만~4330만원으로 2년 전 가격과 같다. 도요타 관계자는 "기존 모델보다 차체도 커지고 최첨단 진동·소음 저감 기술 적용, 동급 최다인 10개 에어백 장착 등을 감안하면 가격은 내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닛산도 작년 말 출시한 첫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 가격을 3050만~3800만원으로 책정했다. 경쟁 모델인 독일 폴크스바겐 티구안보다 600만~900만원이나 싸다. 닛산은 또 최근 2015년형 알티마 2.5모델을 출시하며 3330만원으로 가격을 동결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편의 사양은 200만~300만원 정도 추가됐지만 가격 인상분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新車로 공격적 공략

일본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도요타 캠리, 인피니티Q50, 혼다 어코드·뉴CR-V, 닛산 캐시카이 등의 신차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차는 특히 '하이브리드 시장'을 정조준한다.

도요타는 이달 초 하이브리드 '프리우스V'를 출시하며 가격을 2014년 모델보다 겨우 100만원 비싼 3880만원으로 책정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종가'라는 자존심을 걸고 한국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본격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해 안에 렉서스 'ES' 부분 변경 모델, 렉서스의 SUV 차량 'RX'의 완전 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혼다코리아도 대형 세단 '레전드'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닛산에서 분리해 독립 운영 체제를 갖춘 인피니티는 한국 시장에 맞는 대형 디젤 세단인 Q70, SUV 모델인 QX60, QX70 등 내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인피니티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디젤과 SUV가 대세(大勢)인 만큼 한국 시장에 특화한 맞춤형 차량을 적극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