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준호(趙俊鎬·56) MC사업본부장(사장)이 전략 스마트폰 'G4'를 들고 2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첫 데뷔 무대를 갖는다. 2005년 '초콜릿폰'의 성공으로 LG가 모토로라에 이어 미국 휴대전화 시장 2위에 올랐던 전성기의 주역, 조 사장이 다시 미국 공략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29일 한국·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싱가포르·터키 등 세계 6개국에서 전략 스마트폰 G4 공개 행사를 연다. 국가 간 시차(時差)가 있는 만큼 릴레이 방식으로 24시간 내에 행사를 마치고 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휴대전화 사업부 수장(首長)인 조준호 사장은 한국 행사 대신 미국행(行)을 택했다. 국내 행사는 조성하 부사장에게 맡겼다. LG전자 안팎에선 마케팅 전문가인 조준호 사장이 명분보다 실리를 택했다고 분석한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으로 시장이 침체된 한국보다는 LG전자의 스마트폰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이 더 큰 승부처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LG는 애플·삼성전자에 이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매출 점유율 12%)를 지키고 있다.

G4는 전임 박종석 사장 시절부터 개발에 착수했지만, 조 사장이 취임하면서 후반 개발 작업과 마케팅에 '조준호 스타일'이 많이 반영됐다는 것이 LG 내부의 평가다. 화면이 꺼져 있어도 스마트폰 뒷면의 볼륨 버튼을 두 번만 누르면 곧바로 카메라가 작동하는 등 이용자 편의를 강화한 'UX(사용자경험) 4.0'은 조 사장이 크게 중점을 둔 분야다.

전례(前例)가 없었던 마케팅도 선보였다.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전 세계 15개국, 4000명에게 제품을 보내 직접 써보게 하는 대규모 체험단 아이디어는 조준호 사장이 낸 것이다. "직접 써보지 않고서는 LG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알 수 없다"는 취지다.

G4의 핵심 경쟁력인 카메라와 가죽 후면(後面) 커버를 마케팅할 때도 조 사장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함께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전문 사진가가 평가한 G4의 카메라 영상, 장장 12주가 걸리는 천연 가죽 커버 제작 공정 영상은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했다.

조 사장은 미국 시카고대 마케팅 석사 출신으로 한국존슨앤드존슨을 거쳐 1986년 LG전자에 입사했다. 2000~2003년엔 휴대전화 상품기획 및 전략 담당 임원을 지냈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휴대전화 사업 북미(北美) 법인장을 맡았다. 당시 초콜릿폰(2005년), 샤인폰(2007년)이 큰 인기를 끌면서 LG전자는 미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했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전화 시장에선 독보적인 1위였다. LG전자 임직원들은 당시를 'LG 휴대폰의 전성기(全盛期)'로 꼽는다.

이후 지주회사인 ㈜LG 대표를 맡았던 그는 작년 말 휴대전화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부흥이라는 임무를 맡았다. 전임 박종석 사장은 LG전자 디지털TV연구소장, 디스플레이제품연구소장, PDP TV사업부장 등을 지낸 '디스플레이 전문가'였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LG 스마트폰이 그동안 화질, 카메라를 줄곧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영향 때문"이라며 "이제 기술력으로는 정상 수준에 올랐다는 판단과 함께 조준호 사장의 과거 북미사업부장 시절 성과, 마케팅 능력 등이 인사에 감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준호 사장은 G4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매출 기준으로 1, 2위와의 격차를 점차 줄여 3등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