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2013년 하반기 이후 가장 강한 매수세를 보이며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14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가는 등 4조4345억원을 순매수했다. 월별 기준으로 외국인 매수 규모가 이례적으로 컸던 2013년 10월(4조7104억원) 수준을 뛰어넘을 태세다. 지난달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이후 본격화된 외국인 매수세는 코스피가 2100선을 넘은 뒤에도 기세가 꺾이질 않는다.
올 초까지만 해도 한국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의 변심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시각이 갑자기 긍정적으로 변한 것일까. 5개 외국계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한국 투자 비중을 축소(underweight)에서 '중립' 정도로 재조정하는 수준이어서 큰 폭의 추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상대적 저가 매력 부각…추가 상승은 '글쎄'"
외국계 A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 몇 년간 선진국과 아시아 신흥 시장이 고루 상승하는 동안 한국과 중국만 소외돼 있었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마저 단기 급등하자 그동안 저평가되고 덜 오른 한국 시장에 주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달러 강세가 주춤하면서 한국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를 이끄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여전했다. 프랭클린템플턴 오성식 주식부문 대표는 "한국의 인구구조 악화, 잠재성장률 하락, 내수의 구조적 침체 등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살아나면서 벤치마크에 비해 덜 담았던 한국의 비중을 늘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도 성장성 높은 종목과 국가를 골라 투자하는 적극형(active) 자금보다는 인덱스펀드와 ETF 등 수동형(passive) 자금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때문에 증시의 추가 상승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노무라증권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내수 부진 등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유동성이 좋아도 코스피 2200 이상은 힘들 것"이라며 "다만 저금리로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 큰 폭의 하락 위험도 낮다"고 전망했다. 이보다 낙관적인 예측도 있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남동우 주식운용본부장은 "올해 기업 실적이 최근 5년 새 처음 반등하고,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배당수익률이 예금 금리를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며 코스피 고점을 2400으로 내다봤다.
◇"중국·인도·유럽이 유망"
올해 증시에서 가장 유망한 업종으로는 IT, 자동차, 정유 등 '저평가된 경기 민감주'와 화장품 등 '잘나가는 중국 관련 소비주' 사이에서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B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향후 기업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IT와 자동차 업종, 국제 유가 반등으로 마진 개선이 기대되는 화학·정유 업종"을 첫손에 꼽았다.
반면 남동우 본부장은 "한국과 주변 신흥국들의 성장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경기 사이클에 의존해 실적을 내는 기업보다는 브랜드와 제품 경쟁력을 갖춘 소비재 업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가장 유망한 국가로는 한국보다는 중국과 인도, 유럽을 추천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노무라증권 마이클 커츠 글로벌 주식전략 총괄은 이 3개국 외에 "유가 상승으로 주가 회복이 기대되는 러시아, 내수가 살아나고 있는 일본"을 추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