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코코본드'로 바젤3 자본 확충…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발행
저금리 장기화로 증권사 등 기관에 인기‥보험사는 RBC 부담으로 꺼려

은행들이 올들어 자본 확충을 위해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신한 기업 부산 농협 전북 등 국내 5개 은행이 올들어 총 1조3800억원 어치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도 각각 3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코코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은행의 코코본드 총 발행 규모가 4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연 1%대로 내려앉는 등 저금리 기조가 더 심해지자 일반 회사채 보다 높은 연 3~4%대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코코본드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 국내 은행, 올해만 최대 6조원 규모 코코본드 발행

각 은행 제공, 그래픽=유새별

코코본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은행들이 줄줄이 부실화되자 은행의 자본 요건을 강화한 ‘바젤Ⅲ’가 등장하면서 도입된 신종 증권이다. 바젤Ⅲ 이전에는 후순위채가 은행의 주요한 자본 확충 수단이었지만 바젤Ⅲ 체제에서는 후순위채가 은행의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반면 코코본드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점점 높아지는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 은행들이 코코본드 발행을 늘리고 있다.

다만 코코본드는 평상시에는 채권이지만, 발행 업체인 은행이 위기를 맞아 '경영개선명령'을 받거나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주식으로 바뀌거나 상각되는 구조다. 주식으로 전환되면 투자자는 '채권자'에서 '주주'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에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상각되는 경우에는 투자자는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이런 리스크 때문에 일반 회사채보다 이자를 많이 지급한다. 최근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주요국 예금 금리가 제로(0) 가까이 떨어진 시대에 갈 곳 없는 돈이 코코본드로 몰리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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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각형+후순위채권’ 조합 코코본드 발행 대부분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 형태는 상각 조건과 후순위채권이 조합된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발행된 코코본드 중 주식 전환 조건이 붙은 것은 신종자본증권은 한 개도 없었고, 올해 들어서도 기업은행이 3월 10일 발행한 것이 유일했다.

이는 국내은행 대부분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비상장법인이기 때문이다. 상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주식으로 전환시킬 유인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금이 전액 손실처리될 수도 있는 상각 조건만 승인돼 왔다. 하지만 상각 조건의 경우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 움직임에 따라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대부분 코코본드가 짧은 만기에 이자를 반드시 줘야 하는 후순위채권 위주로 발행됐다. 이는 채권투자자들이 자본의 성격이 강한 신종자본증권 투자를 꺼린 이유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고 발행자가 이자 지급을 안 할 수 있는 옵션을 붙일 수 있어 자본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후순위채권은 기본자본(Tier 1)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보다 자본의 질이 한단계 낮은 보완자본(Tier 2)에 속한다. 은행의 BIS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덜 한 것이다. 또 채권으로 발행되면 주식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하기 어려워진다는 한계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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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손’ 보험사는 코코본드 투자 꺼려…증권사 등 기관 투자 활기

코코본드는 만기가 10년 이상으로 길다. 그러나 대표적인 장기투자자인 보험사는 코코본드에 투자하면 건전성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떨어져 투자를 꺼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코코본드에 투자할 경우 RBC 산정 시 기타자산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기타자산은 상품의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비교적 높은 신용위험계수인 8%를 적용받는다.

보험사의 빈 자리는 연기금, 증권사 등이 메우고 있다. 또 저금리 장기화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증권사 영업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3월 10일 기업은행이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형 코코본드는 전체 절반 가량인 1700억원을 증권사가 사갔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후순위채 코코본드보다 투자위험이 더 커 금리가 4% 안팎으로 높았지만, 발행 은행인 기업은행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특수은행이란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다만 코코본드가 고위험 상품인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월 '표준투자권유준칙'을 신설해 코코본드를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할 경우 일정 사유 발생시 원금을 전액 날릴 수 있다는 사실, 장기간 현금화가 불가능하거나 유동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부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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