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20일 SK그룹, 23일 한진그룹, 24일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개편안은 지배구조의 핵심인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지난해에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 삼성그룹의 방위사업·석유화학사업 등 4개 계열사 매각,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 등이 계열사간 합병과 대비되는 측면입니다.
◆지주회사란
지주회사(持株會社)는 직접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다른 회사 주식을 갖고, 그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것보다 다른 회사에 대한 경영과 투자가 주된 목적입니다. 지주회사 가운데 지분 소유가 주인 회사는 순수지주회사, 자체 사업도 가진 회사는 사업지주회사로 부릅니다.
지주회사는 지배구조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된 계열사간 출자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죠. 자회사 간 출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자회사 부실이 다른 자회사로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 회사 설립에 지주회사나 자회사 한 곳만 참여할 수 있어서 자본 여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주회사는 소수 지분을 갖고 여러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해서 한동안 금지됐다 1999년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대기업의 복잡한 출자구조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2007년에는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자본 총액의 2배까지 허용하고 상장사 지분 보유 하한선을 20%로 낮추는 권장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자회사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등 지원제도가 운용 중입니다.
지주사 체제에서 핵심이 되는 규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주사 자산 중 계열사 지분 비율 50% 이상 유지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 간 지분 소유 금지 ▲손자회사의 증손자회사 지분율 100% 유지 ▲지주회사의 계열사 외 다른 회사 지분 5% 이상 소유 금지 등입니다. 모두 공정거래법 8조가 규정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주요 그룹들은 2003년 LG그룹을 시작으로 지주사 전환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주사 개편을 통해 안정된 지분율을 확보하고 후계 승계를 가속화 할 수 있을 경우 지주사 체제 출범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계열사들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주식교환을 거쳐 오너 일가의 지분을 점차 늘리는 방식이 즐겨 사용됐습니다. 현재 100대 그룹 가운데 LG나 SK식 지주사 체제인 기업의 비율이 8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로 지주회사 체제가 빠르게 확산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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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屋上屋(옥상옥)' 구조 혁파한 SK
SK그룹은 20일 오는 8월 지주회사인 SK㈜와 SK㈜의 대주주인 IT서비스 계열사 SK C&C가 합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회사의 통합 사명은 SK㈜입니다. 이 회사가 SK그룹의 지주회사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지요.
SK는 2007년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과 최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가 합쳐 43.4%의 지분을 가진 SK C&C가 SK㈜를 지배하고 있어 옥상옥 구조의 불완전한 지주회사라는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자회사 주식가치가 자산의 50% 이상이면 해당 기업은 지주회사로 강제전환됩니다. SK C&C가 지주회사가 될 경우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의 자회사는 증손회사로 분류되면서 SK는 해당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든지 아니면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것입니다.
합병하더라도 최태원 회장과 최기원 이사의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SK C&C가 보유한 SK㈜ 지분 31.8%가 자사주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럽게 대주주 일가의 실질적인 지분율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합병 후 최태원 회장의 지분은 23.4%, 최기원 이사의 지분은 7.5%(보통주 기준)에 달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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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이번 합병을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고 봅니다. 최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30.9%로 규제 요건인 지분율 30%를 넘기지만, 우호적 투자자에게 해당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소폭 낮출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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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하게 될 SK㈜는 흔치 않은 사업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순수 지주회사가 전체 자산 가운데 자회사 지분이 50% 이상이라는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쉽기 때문이죠. 현재 SK C&C이 벌이고 있는 신사업 매출이 늘어나게 되면, 지배구조에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SK C&C의 IT사업을 따로 떼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한편 지주회사 개편으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이 사실상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배구조에 변동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예 SK텔레콤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 부문을 SK㈜에 합칠 수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자회사간 합병이나 상장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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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개편 거의 끝낸 한진
한진그룹은 23일 오는 6월 정석기업이 보유한 ㈜한진 지분 21.6%를 중심으로 정석기업㈜투자회사를 만든 뒤, 이를 지주사인 한진칼에 합병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한공(현재 한진칼)→정석기업→한진로 이어졌던 순환출자 구조가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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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한진그룹은 2013년 8월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사업회사인 대한항공과 지주회사인 한진칼로 나누면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개편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진칼은 1조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합니다. 당시 오너 일가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한항공 지분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한진칼 주식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23.1%로 늘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도 이전의 6.9%에서 32.3%로 증가했죠. 한진칼이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진은 조양호 회장 일가의 지분을 한진칼에 집중하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여건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계열사간 상호 보유지분을 정리하는 행보를 밟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한진정보통신이 보유한 정석기업 지분을 정석기업이 매수하는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한진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5.33%을 매각했습다.
이 때부터 재계와 증권업계는 올해 한진칼과 정석기업이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현재 지배구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지주회사의 증손회사로 되어었는 한진의 22개의 항만, 물류 자회사의 지분을 7월까지 100%로 끌어올려야는 숙제도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재계는 한진그룹의 남은 과제로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 7.95%의 처분을 꼽고 있습니다. 한진그룹이 해당 지분을 오는 7월 안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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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포기한 두산
거꾸로 지주사 체제를 포기한 회사도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24일 ㈜두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지주회사에서 제외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중인 자회사 주식 가액의 합계가 자산 총액의 47.8%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는 전체 자산 가운데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산의 자회사 지분 비율은 2009년 66.1%에서 매년 낮아졌습니다. ㈜두산이 산업차량과 연료전지 사업을 벌이면서 사업용 자산 보유는 늘어난 반면, 중공업 불황으로 자회사 지분가치는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증손회사인 두산건설의 자회사 네오트랜스 처리도 골칫거리였습니다. 두산은 2012년부터 두산건설이 지분 42.9%를 보유한 네오트랜스를 매각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57.1%의 지분을 인수하려니 6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로 했습니다.
또 다른 증손회사인 밥캣홀딩스에 대한 투자 유치가 가능해진 것도 두산이 지주사 체제에서 벗어난 이유로 꼽힙니다. 두산은 8000억원 정도의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경우 대주주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율은 100%에서 72%로 낮아집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두산인프라코어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난점이 있었습니다.
지주사 체제를 포기하면 법인세 등이 30억원 늘어난다는 게 두산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현재 두산 입장에서 지주회사에서 벗어나면서 얻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게 중공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득을 고려하면 30억원의 손해는 감수할 만하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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