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를 대표하는 나스닥지수가 15년 전 닷컴버블 붕괴의 악몽을 떨치고 부활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0.89포인트(0.41%) 오른 5056.06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닷컴버블이 절정이던 2000년 3월 10일의 5048.62였다.

나스닥지수는 닷컴버블 붕괴 이후 2년 6개월간 폭락세를 거듭하며 2002년 10월 4일엔 1139.9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고 다시 한 번 곤두박질쳤다. 그러다 2013년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 '닷컴 버블' 때와 닮은꼴

나스닥 시장의 화려한 부활은 지난 2000년 전후 나스닥 호황 때와 여러 점에서 비슷하다. 극심한 경제 불황 이후 산업 구조의 급속한 재편이 일어나면서 신기술·신사업 위주의 나스닥 시장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차례의 나스닥 활황에 불을 지핀 것은 모두 불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걸프전과 저축대부조합 파산으로 미국의 GDP성장률이 급감하자 미 연준은 금리를 크게 낮췄다. 그러자 벤처 투자가 급증하면서 IT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번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경제가 붕괴 위기에 이르자 미 연준이 금리를 사실상 제로(0)로 낮추고 무제한 돈을 푸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 도약대가 됐다.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지수가 5056.06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는 2000년 3월 10일의 5048.62였다.

15년 전에는 나스닥과 코스닥이 모두 '버블 붕괴'라는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15년 전과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00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74배였다. PER이 높을수록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지금은 애플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PER이 18배로 아직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는 않았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나스닥이 거품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PER이 30~40배는 돼야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때나 지금이나 나스닥을 이끄는 대표주들이 IT 업체들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적지 않다. 닷컴버블 때는 실적보다는 가능성에 베팅해 무작정 주가가 오른 반면, 지금은 이 기업들이 실제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2000년대 초 나스닥 호황이 오로지 IT 기업의 독주로 이뤄졌다면, 이번 호황은 바이오·헬스케어 등 다른 업종이 뒤를 받치고 있다는 점도 큰 차이가 난다. 나스닥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업종은 2009년 이후 각각 372%, 267% 올라서 상승 속도 면에서 IT 업종을 능가하고 있다.

미 금리 인상이 1차 시험대

신산업의 성장은 나스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올 들어 나스닥이 6.8%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27% 상승했고, 영국 런던 증시의 기술주 지수인 AIM100지수도 11% 올랐다. 코스닥과 비슷한 일본의 자스닥지수도 9.4%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존 주력 산업의 정체→금리 인하·양적 완화 등 돈 풀기→신산업 육성과 자금 지원'이라는 양상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나스닥 시장의 성장에 저금리가 큰 역할을 한 만큼,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장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직접적인 방아쇠가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금리 인상 이후에도 기술주들이 꾸준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나스닥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