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전 중앙대학교 이사장

낮 최고 기온이 21도를 기록한 24일 오전 10시. 햇살을 뚫고 푸른색 상의를 걸친 한 노신사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는 켜켜이 쌓인 책들 사이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잡지 진열대 앞에서 사진 전문 잡지 한 권을 별 고민 없이 집어든 그는 다른 책들로 눈을 돌렸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두산그룹, 두산중공업 회장을 차례로 지낸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이었다. 박 전 이사장은 검찰의 중앙대 특혜의혹 수사와 막말 이메일 파문으로 이달 21일 모든 직함을 내려놨다.

박 전 이사장에게 심경을 물었다. 그는 “여기까지가 내 운명인가 보다고 생각한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사진 잡지 등 책 3권을 골랐다. 박 전 이사장은 “이제 남는 게 시간이다”고 말했다.

검찰 출석 여부와 중앙대 재단 전입금 사용에 관한 질문에는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용성 전 중앙대학교 이사장이 24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검찰은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중앙대 본-분교 통폐합 과정에서 교육부 등에 압력을 넣어 중앙대에 특혜를 준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박 전 이사장은 박 전 수석에 이어 중앙대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소환 대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또 ‘그들(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는 등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직 교수들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져 곤혹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