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23일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이달 23일 오전 11시 서울 을지로 T타워 4층 수펙스홀. 주로 SK텔레콤 임직원이 사용하다 보니 평소엔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지만 이날 만큼은 약 50여명의 국내 언론사 기자들로 가득 찼다. 장동현(사진)SK텔레콤 사장이 올해 1월 취임 이후 가진 첫 공식 기자 간담회가 열린 것이다.

장 사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평소 즐겨 입는 회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장 사장은 중요 행사에 짙은 회색이나 남색 양복을 주로 입는다. 또 패션 포인트로, 분홍색의 넥타이를 즐겨 매곤 한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바짝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행사는 장 사장은 물론 SK텔레콤에게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새로 취임한 장 사장의 경영 철학과 그가 이끄는 회사의 미래 비전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현장을 찾은 언론과 SK텔레콤의 일부 경영진뿐 아니라 7000명이 넘는 SK텔레콤 직원과 SK텔레콤 주주들의 눈과 귀가 이날 그의 입에 쏠렸다.

그러다 보니 회사 측도 장 사장의 데뷔 무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SK텔레콤은 최근 정부가 내린 영업정지 명령과 주주총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갤럭시S6 출시 등 통신업계의 굵직한 이슈를 피해 4월 중순쯤으로 간담회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평소 꼼꼼한 성품을 가진 장 사장이 측근 임원에게 "좀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간담회 일정을 미루자"고 말하면서 다시 일정을 옮겼다. 결국 최종 승인이 늦어지면서 예상보다 늦어진 23일이 되어서야 간담회가 열리게 됐다. 가입자 점유율 50%가 넘는 매머드급 통신사의 최고 경영자의 첫 간담회 일정이 행사 불과 이틀 전 급하게 공지된 것이다.

장 사장이 기자들을 만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현장에서 취재를 나온 기자들과 짧은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1등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라고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짧은 답변으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부에선 "준비가 아직 덜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장 사장이 그만큼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회사 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장 사장은 이날 MWC와는 완벽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강하고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피력했다. 장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정면을 주시하며 막힘없이 발표를 진행했다.

장 사장은 이날 SK텔레콤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3대 플랫폼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2600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기반으로 생활가치, 통합미디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선보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 사장은 이날 발표한 3대 플랫폼 혁신 전략을 지난 2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략기획부문에서 기본적인 초안을 맡았고 PR실과 마케팅, 영업, 네트워크 등 SK텔레콤의 모든 조직이 참여했다. 3월 중순 간담회 발표 내용에 대한 콘셉트를 확정하고 이후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장 사장은 매일 아침 7시에 회사로 출근하는데, 자택에서 회사로 오는 동안 차안에서 간담회 원고를 꼼꼼하게 살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장 사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로 기자들은 만나는 행사인 만큼 간담회 준비를 2~3개월 전부터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 사장이 마케팅부문장과 전략기획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경험자인 만큼 원고과 파워포인트 문서를 직접 살펴봤고, 암기할 정도로 원고를 정독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이날 마지막 맺음말을 하는 약 1분간은 정면이 아닌 슬라이드 화면을 쳐다봤다. 그는 "기업가치 100조원 달성 시점을 당초 2020년에서 2018년으로 2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침체된 환경에 직면한 SK텔레콤의 굳은 각오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 사장의 즉석 아이디어였다는 후문이다.

이날 간담회는 수 차례의 회의와 원고 수정이 있었고 세심하게 일정까지 고민하는 등 장 사장이 '절치부심(切齒腐心)'한 흔적이 엿보였다. 장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함께한 점심식사에서도 SK텔레콤의 스마트 양식장·농장 관리 솔루션으로 기른 '장어'와 '딸기'를 직접 내놓으며, 회사의 기술력을 홍보하는데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