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성장 정체에 빠져 있는 통신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플랫폼(platform) 사업자'로 변신(變身)을 시도한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사옥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이동통신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서비스하는 사업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입자들이 망(網)이 아니라 우리의 서비스를 위해 SK텔레콤을 선택하도록 혁신적 플랫폼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는 기차역의 플랫폼에 모인 승객들이 저마다 행선지가 다른 노선의 기차를 타고 가는 것처럼 수천만명의 휴대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쇼핑·교육·오락 서비스 등을 제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뜻이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이용자들에게 게임·이모티콘·상품권 등을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이다.
장 사장은 "쇼핑·보안·교육 등의 '생활(生活) 가치' 분야, 미디어 분야, 사물인터넷(IoT) 등 세 분야에서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통해 성장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플랫폼 혁신을 통해 2018년까지 SK텔레콤 기업군(郡)의 기업가치 1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과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는 58조원 정도다.
장 사장이 내세운 SK텔레콤의 새로운 비전은 정체 상태에 빠진 통신사업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전화가) 잘 터진다'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그동안 요금 외에는 고객에게 제공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가입자 유치 경쟁만 벌여왔다"고 말했다. 1위 이통 사업자의 통렬한 자기반성이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2002년 31.1%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0.6%까지 떨어지는 등 성장 정체 기조가 완연하다. 이날 장 사장의 발언에선 절박감마저 느껴졌다. 그는 "구글이 만약 이동통신 회사를 운영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들은 통신 사업자에게 무엇을 원할까 혼자 생각해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올 초부터 신규 사업 아이템 개발을 위해 소비자들의 통신 이용 패턴을 분석하는 'T밸리'란 조직을 신설하는 등 플랫폼 혁신을 서둘렀다. 사물인터넷 분야에선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사물인터넷플랫폼인 '모비우스'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제습기·도어락·보일러 등의 가정 내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고객을 세분화하자 상(商)거래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도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이날 장 사장은 "예를 들어 애완동물에 관심이 많은 우리 고객을 위한 전용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와 관련 용품 판매, 동물병원 소개, 커뮤니티 등을 묶어 통합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 분야에선 '협역방송'(狹域放送·Narrowcasting) 등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협역방송이란 불특정 다수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내보내는 방송(Broadcasting)과 반대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IPTV(인터넷TV)와 초고속인터넷을 서비스하는 SK브로드밴드 지분 100% 인수 방침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