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중징계 처분에 금감원 "할말 없다" 반응…내부에서는 "금품수수 없었다면 절차상 큰 문제 없었을 수도" 옹호론도 나와

감사원이 경남기업의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지원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며 금융감독원을 중징계(주의) 처분하자 금감원 내부는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 2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할 때만 해도 "기업 구조조정이란 것이 원래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금품 수수설까지 제기되자 착잡해하고 있다.

한 금감원 직원은 "그동안은 기업 구조조정 담당자들의 고충에 대해 얘기해 왔으나 금품수수설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공보실이나 기업금융개선국은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 금감원 "할말 없다"…일부에선 "금품수수 없었다면 감자 없어도 문제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23일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3년 10월 29일부터 2014년 2월까지 경남기업 워크아웃 관련 업무를 처리하면서 대주주인 성완종 전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도록 채권단에 요구하는 등 채권금융기관협의회 부의안건 작성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실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대주주에 대해 2.3대 1의 감자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에 제출했으나 금감원 팀장은 "대주주의 입장을 잘 반영해 처리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금감원 팀장은 다른 채권은행들이 반발하자 전화를 걸어 "신속히 동의하라"고 압력도 넣었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담당 팀장을 징계처분하도록 요구(문책)했고 향후 기업 구조조정 지원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당초 감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금감원 내부에서는 당시 실무자들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직원은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금융위기 직후부터 2013년까지만 해도 금감원의 주역할이 싫다는 채권은행을 어르고 달래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었다"면서 "당사자들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당 개입 사실이 드러나고 금품수수설까지 끊이지 않으면서 대부분 말을 아끼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옹호하는 입장이었던 한 직원은 "현재로서는 별로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금품수수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럴 만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시 금감원 국팀장은 "경남기업이 완전자본잠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감자가 필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검찰 수사 확대 예의주시…신한은행은 "우리는 피해자" 내부 분위기도

금감원을 포함한 금융권은 검찰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기반으로 수사의 폭을 넓히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故) 성완종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그가 2013년 경남기업 3차 워크아웃을 앞두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최수현 전 금감원장, 임종룡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현 금융위원장),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등을 만난 기록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당시 성 회장을 만났던 것은 사실이나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워크아웃 결정 당시는 물론이고 그 직전해였던 2012년에도 경남기업이 베트남 랜드마크 프로젝트의 자금을 재조달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많았고, 끝내 일부 대주단의 반대 속에도 강행된 적이 있다"면서 "당시 성 전 회장은 정무위 소속의 국회의원으로 실세 중의 실세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감사원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내부 일각에서는 불만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신한은행 직원은 "감사원 발표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외압 때문에 손해를 본 경우인데 마치 범법자로 비쳐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